반려견과 코를 맞대본 사람이라면 코가 차갑고 축축하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개가 잠들 때는 코가 마르고 따뜻해지기도 하는데, 잠에서 깬 개는 자기 코를 혀로 핥아 다시 원상복귀시킨다.

개의 코가 축축한 이유에 대한 가설은 많다. 털복숭이 개들이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서라는 게 일반적인데, 다국적 동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개 코의 크기를 감안하면 체온 조절에 딱히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가정, 최근 새로운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개와 말, 사슴 등 많은 동물의 코 온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개를 포함한 육식동물의 코 끝(Rhinarium)이 초식동물보다 더 차갑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연구원들은 차가운 코 끝이 사냥에서 이점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반려견은 감사의 표시로 코를 맞대기도 한다. <사진=pixabay>

이에 따라 연구팀은 차가운 코 끝이 열 감지에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개 3마리에게 따뜻한 물체를 선택하면 간식을 주는 훈련을 시킨 뒤 야생에서 사냥감과 만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따뜻한 물체와 실온의 물체를 구별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3마리 모두 상당한 거리에서도 약한 열을 감지해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두뇌 반응을 살피기 위해 개 13마리를 자기공명영상(MRI)스캐너 안에 앉아있게 하고 단열 문이 붙어있는 상자에 따뜻한 물을 넣은 채 제시했다.

단열 문이 열리고 따뜻한 물이 노출될 때 개 두뇌의 특정 부분에서 신호가 들어왔다. 뇌의 왼쪽에 위치한 체성 감각 연관 피질(somatosensory association cortex)이라는 곳이었다. 이 곳은 시각이나 온도와 같은 다양한 감각을 모으는 기능을 한다. 특히 많은 척추동물에게서는 육식활동과 연결된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개의 코 <사진=pixabay>

헝가리 외트뵈시로란드대학교 동물행동학자 안나 발린트는 "이런 점을 감안하면 개나 다른 동물들의 차가운 코는 온도차에 민감하며, 사냥감을 쫓을 때 열 감지 기관으로 이용된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개는 후각으로 사냥감을 쫒지만 바람이 불거나 폭풍우가 치면 냄새를 따라가는 것이 어렵다"며 "이 때는 열 신호가 추적을 도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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