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코를 맞대본 사람이라면 코가 차갑고 축축하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개가 잠들 때는 코가 마르고 따뜻해지기도 하는데, 잠에서 깬 개는 자기 코를 혀로 핥아 다시 원상복귀시킨다.
개의 코가 축축한 이유에 대한 가설은 많다. 털복숭이 개들이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서라는 게 일반적인데, 다국적 동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개 코의 크기를 감안하면 체온 조절에 딱히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가정, 최근 새로운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개와 말, 사슴 등 많은 동물의 코 온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개를 포함한 육식동물의 코 끝(Rhinarium)이 초식동물보다 더 차갑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연구원들은 차가운 코 끝이 사냥에서 이점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차가운 코 끝이 열 감지에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개 3마리에게 따뜻한 물체를 선택하면 간식을 주는 훈련을 시킨 뒤 야생에서 사냥감과 만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따뜻한 물체와 실온의 물체를 구별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3마리 모두 상당한 거리에서도 약한 열을 감지해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두뇌 반응을 살피기 위해 개 13마리를 자기공명영상(MRI)스캐너 안에 앉아있게 하고 단열 문이 붙어있는 상자에 따뜻한 물을 넣은 채 제시했다.
단열 문이 열리고 따뜻한 물이 노출될 때 개 두뇌의 특정 부분에서 신호가 들어왔다. 뇌의 왼쪽에 위치한 체성 감각 연관 피질(somatosensory association cortex)이라는 곳이었다. 이 곳은 시각이나 온도와 같은 다양한 감각을 모으는 기능을 한다. 특히 많은 척추동물에게서는 육식활동과 연결된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헝가리 외트뵈시로란드대학교 동물행동학자 안나 발린트는 "이런 점을 감안하면 개나 다른 동물들의 차가운 코는 온도차에 민감하며, 사냥감을 쫓을 때 열 감지 기관으로 이용된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개는 후각으로 사냥감을 쫒지만 바람이 불거나 폭풍우가 치면 냄새를 따라가는 것이 어렵다"며 "이 때는 열 신호가 추적을 도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