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서 브로맨스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다. 2019년작 ‘S.C.I. 미안집’부터 지난해 대히트한 ‘진정령’, 최신작인 ‘산하령’까지 브로맨스 코드가 들어간 작품이 각광을 받는다. 이들은 대부분 남자주인공 2명을 내세운 일명 ‘탐미소설(耽美小説, BL소설)’이 원작인데, 서브컬처로 평가되던 BL(보이러브)이 중국서 어떻게 대세로 떠올랐는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드라마들이 BL소설에 주목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온라인 소설 시장이 2000년대 들어 활성화되고, 이곳에서 BL소설들이 인기를 끌자 소재고갈에 허덕이던 드라마 제작사들이 눈을 돌린 결과다.

묵향동후의 BL소설 '마도조사'가 원작인 '진정령' <사진=텐센트TV '진정령' 공식 홈페이지>

대륙판 BL소설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웹소설 전문 사이트 ‘진강문학성(晋江文学城)’에 따르면, 이곳에서 잘나가는 BL소설은 최고 4000만 위안(약 69억3800만원)에 판권이 팔려나간다. 당연히 드라마화를 노린 제작진이 사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판권을 사들여 제작 중인 드라마만 현재 60여편이다. 이중 일부는 이미 완성을 앞두고 있다. 대부분의 제작사는 원작의 BL코드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브로맨스 정도로 희석한다. 동성애 등 자극적 소재를 드라마로 다루기가 아무래도 부담돼서다.

BL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소설 쪽에서 인기를 모았다. 물론 아직 혐오감을 표하는 사람도 적잖지만, 이를 원작으로 한 브로맨스 드라마에 유명 배우가 출연하고, 실력 있는 제작사가 가세하면서 서브컬처로 여겨지던 BL이 차츰 주목을 받는다. 

BL소설을 옮긴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가장 큰 비결은 역시 원작의 힘이다. 팬층이 나름 두텁다 보니 드라마가 상한가를 달리고, 원작 소설이 다시 사랑 받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해당 소설가의 다른 작품에도 독자가 몰린다.

두 번째 비결은 여성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다. 브로맨스 드라마 대부분 남성 톱스타들의 케미가 좋고 비주얼까지 화려해 자연히 입덕하는 여성 팬이 많다. 일부 시청자들은 “여성이 생각하는 이상적 관계를 적극 반영한다”고 호평한다.

'아재's 러브' 극장판 <사진=영화 '아재's 러브' 스틸>

일본 등 주변국가에서 이런 류의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점도 중국에 영향을 줬다. 직장 상사와 새내기의 브로맨스를 다룬 아사히TV ‘아재’s 러브’(2018)는 이듬해 극장판까지 제작됐다. 사실 일본서는 제법 수위가 높은 BL드라마도 이따금 제작된다. 현지 BL드라마의 원작은 대부분 만화다.

코로나19의 영향 역시 브로맨스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영화와 TV드라마 업계가 극도로 침체된 가운데, 이전부터 인터넷으로 팬을 축적한 BL소설은 어느 정도 흥행이 담보되기 때문에 제작진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 차츰 변화하는 중국 대중의 인식도 주목할 점이다. 현지 시사지 반월담에 따르면, BL소설이 청소년 성인식 및 연애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설문조사(청소년 1260명 대상) 결과 32.3%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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