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커피를 주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는 카페인 음료가 아이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다만 과학자들은 이는 '잘못된 믿음'이며, 커피나 카페인이 유년기 성장과 발달을 방해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사람의 키는 커피가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예컨대 지난 2010년 미국 과학자들은 16%의 사람들이 수백개의 특정 유전자 때문에 키가 크거나 작아졌다고 밝혀냈다.

어린이의 전반적인 건강도 키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아기에 반복되는 감염은 뼈 성장을 늦출 수 있다. 당연히 어린 시절 칼슘 섭취도 키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일부 사람들은 커피가 어린이 성장을 방해한다고 믿는 걸까. 여기에는 몇 가지 가설이 있다.

우선 1980년대 발표된 여러 연구는 카페인이 칼슘 배설을 증가시킬 수 있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카페인이 뼈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면, 성장기에 커피를 마시면 결국 키가 작아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아이들에게는 커피보다 이를 썩게 하는 탄산이 더 문제다. <사진=pixabay>

다만 2000년대 들어 이뤄진 연구에서는 골다공증과 커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0년 '하버드 건강 저널'에 따르면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은 칼슘의 주 공급원인 우유를 덜 마시는 경향이 있다. 즉 커피가 아니라 칼슘 부족이 문제의 원인으로 꼽혔다.

과학전문 작가 마크 펜더개스트는 "커피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퍼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카페인의 부정적인 영향을 마구 뒤섞고 확대해 혼란을 키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애스턴대학교 영양학자 던 멜로는 "자연 유산의 위험이 높아기 때문에 임산부의 지나친 카페인 섭취를 제한하는 권고 때문에 사람들이 카페인과 어린 아이들의 성장을 연관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태아와 아이들의 영양 공급 및 신진 대사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약한 커피는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이빨을 썩게 하는 탄산음료를 안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커피만큼 많은 연구가 이뤄진 음료도 없다. 커피가 암과 심장병 등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가 이내 사라졌다. 커피가 당뇨나 뇌졸중,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간질환, 통풍의 위험을 감소시키고 운동능력을 잠시 향상시키며 체중 감량을 촉진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더블 에스프레소 같이 강한 카페인을 권하라는 것은 아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 따르면 카페인은 불안과 고혈압, 위산 역류를 증가시킬 수 있으며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이는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어린이는 체구가 작아 같은 양의 카페인이라도 어른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런 이유로 미국 소아과 아카데미는 어린아이들에게 커피를 주지 않을 것을 권장한다.

결론적으로 커피는 어린이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키는 부모의 신장과 균형잡힌 식사, 전반적인 건강 상태 등에 따라 결정된다. 키보다는 건강 상 다른 이유로 어린아이들에게 커피를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학자들은 이같이 명확한 사실에도 그간의 잘못된 믿음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펜더개스트는 "건강에 대한 미신 같은 생각이 일단 자리잡으면 이를 없애는 것은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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