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6년 보스턴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된 에테르마취를 이용한 수술이 성공을 거뒀다. 이후 전신마취는 의료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치로 통하지만 왜 사람이 마취로 의식을 잃는지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국제저널 PNAS 28일자에 게재된 한 연구는 무려 174년이나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마취의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으로 주목된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연구팀은 201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초고해상도 현미경 dSTORM을 실험에 동원했다. 나노스케일의 현미경을 이용, 마취상태의 사람 각부를 관찰해 마취 메커니즘을 알아내는 것이 이번 실험의 핵심이다.
dSTORM은 기존 가시광선 현미경의 한계를 넘어서는 해상도를 구현하면서도 고에너지를 조사하는 전자현미경처럼 세포를 죽이지 않고도 관측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연구팀은 세포를 마취효과가 있는 클로로포름에 담근 뒤 dSTORM를 통해 강글리오시드(ganglioside)의 GM1이라는 세포 클러스터(cellular cluster)를 관찰했다.
그 결과 깔끔하게 밀집해 있던 클러스터가 갑자기 벌어져 흩어지는 것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마취가 진행될 때 GM1에서 포스포리파아제D2(PLD2)라는 효소가 방출되는 점에 주목했다. 이 PLD2를 형광색으로 구분,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당구공처럼 GM1에서 벗어나 PIP2라는 또 다른 지질클러스터로 향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PIP2에는 TREK1이라는 칼륨이온채널이 있다”며 “이는 세포막을 통과하려는 칼륨의 출입을 제어, 세포 내 신호전달을 변화시킨다. 이 물질이 활성화되면 신경세포가 발화하지 않아 의식이 소실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마취를 하면 PLD2를 통해 이온채널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의식이 소실된다고 결론 내렸다.
참고로 기록에 남아 있는 것 중 가장 오래된 전신마취수술은 에도시대 일본인 의사 하나오카 아오슈가 1804년에 시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