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녀주·조연상 등 주요 부문 후보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영화비평사이트 로튼 토마토에 따르면,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미나리’와 채스윅 보스만의 유작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안소니 홉킨스의 ‘파더’ 등이 가장 높은 비평가 점수를,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가 가장 높은 관객점수를 기록 중이다. 주요 부문 후보를 배출한 15개 영화들의 스코어를 들여다봤다.

'미나리'와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더 파더',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사운드 오브 메탈'(왼쪽부터) <사진=영화 '미나리'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더 파더'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사운드 오브 메탈' 스틸>

■미나리
비평가 98%, 관객점수 89%
아칸소 주로 이주한 한국계 미국인 일가가 정착과정에서 겪는 애환을 그린 영화.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작곡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스티븐 연, 37)를 배출한 첫 영화이자 한국 배우의 첫 여우조연상(윤여정, 73) 수상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비평가 98%, 관객점수 75%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무대로 펼쳐지는 블루스의 어머니 마 레이니의 인생을 그렸다. 레코딩 도중 벌어진 사건에 집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남우주연상(채스윅 보스만), 여우주연상, 미술상, 분장상, 의상상 후보에 올랐다. 오스카 전초전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채스윅 보스만의 사후 수상에 관심이 쏠린다.

■더 파더
비평가 98%, 관객점수 88%
세계적 연기파 안소니 홉킨스(83)의 주연작.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편집상, 미술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30개국 이상에서 호평 받은 무대의 영화 버전으로,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겪는 상실과 부녀간의 유대를 현실적으로 그렸다. ‘양들의 침묵’(1991) 속 한니발 렉터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안소니 홉킨스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자 올리비아 콜맨(47)의 하모니가 깊은 울림을 전한다.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비평가 98%, 관객점수 82%
레지나 킹(49) 감독 작품. 흑인들 스스로 생각하는 인권에 대한 이야기. 1964년 프로복싱 헤비급 세계 챔피언에 오른 카시아스 클레이(후일의 무하마드 알리)를 축하하기 위해 마이애미 호텔 방에 모인 흑인 인권운동가 말콤X, 미식축구 선수 짐 브라운, 가수 샘 쿡의 열띤 토론에 집중했다. 각색상과 남우조연상(레슬리 오덤 주니어, 39), 주제가상(Speak Now)에 노미네이트됐다.

■사운드 오브 메탈
비평가 97%, 관객점수 91%
아마존 오리지널 영화. 돌연 귀가 들리지 않게 된 헤비메탈 밴드 드러머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담았다. 청각 장애를 갖게 된 뮤지션의 좌절과 방황, 수화나 시각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에 눈 뜨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렸다. 작품상과 각본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음향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주연배우 리즈 아메드(38)는 무슬림 배우 최초로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노매드랜드', '어나더 라운드', '프라이싱 영 우먼',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왼쪽부터) <사진=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노매드랜드' '어나더 라운드' '프라이싱 영 우먼'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스틸>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비평가 96%, 관객점수 95%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 걸쳐 미국에서 흑인 민족주의·해방운동을 전개한 블랙 팬서(Black Panther Party, 흑표당) 지도자 암살을 그린 영화. 다니엘 칼루야(31)와 키스 스탠필드(29)가 동시에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작품상과 각본상, 촬영상, 주제가상(Fight For You)에도 노미네이트됐다. 비평가와 관객점수 합이 15개 영화 중 가장 높다.

■노매드랜드
비평가 94%, 관객점수 81%
2008년 리먼 사태를 계기로 정든 터전을 떠나 밴 한 대로 미국 각지를 떠도는 60대 여자의 이야기. 골든글로브에서 아시아 여성 첫 감독상(드라마)을 수상한 중국 연출가 클로이 자오(38)의 화제작이다.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프란시스 맥도맨드, 63), 각색상, 촬영상, 편집상 후보를 배출했다.

■어나더 라운드
비평가 92%, 관객점수 91%
토마스 빈터베르그(51) 감독 작품. 감독상과, 국제장편영화상 등 2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덴마크 영화다. 연기파 매즈 미켈슨(56)에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시원찮은 고교 교사들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 일이 술술 풀리고 상상 밖의 일들이 펼쳐진다는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벌이는 독특한 일상을 그렸다.

■프라미싱 영 우먼
비평가 90%, 관객점수 88%
성범죄자에 대한 복수를 주제로 한 영화.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편집상 후보에 올랐다. 클로이 자오 감독과 더불어 에머랄드 펜넬(36)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오르면서 아카데미상 93년 역사상 최초로 두 여성 감독이 동시에 수상을 다투게 됐다. 여우주연상 후보는 감독과 동갑내기인 배우 캐리 멀리건이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비평가 89%, 관객점수 91%
작품상과 각본상, 편집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주제가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베트남전에 대한 반대가 격화되던 시대, 평화적으로 행해져야 할 항의 데모가 경찰과 충돌양상을 띠면서 벌어지는 극한 상황을 그렸다. 기소된 일곱 남자의 충격적인 재판을 실화를 기반으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맹크', '그녀의 조각들',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 '힐빌리의 노래' <사진=영화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맹크' '그녀의 조각들'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 '힐빌리의 노래' 스틸>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비평가 85%, 관객점수 64%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사챠 바론 코헨(50)이 제작과 주연, 각본을 맡은 영화. 각색상과 여우조연상(마리아 바카로바, 24)에 후보를 배출한 모큐멘터리(페이크 다큐) 코미디다. 2006년 개봉한 ‘보랏-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Borat: Cultural learnings of America for make benefit glorious nation of Kazakhstan)’의 속편으로, 해당 영화는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79회 아카데미시상식 각색상 후보에 오를 당시 오스카 역사상 제목이 가장 긴 영화 기록을 갈아치웠다.

■맹크
비평가 83%, 관객점수 61%
데이빗 핀처(59) 감독 작품. 1941년 명작 ‘시민 케인’의 탄생 비화를 재조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작곡상, 촬영상, 미술상, 의상 상, 분장상, 음향편집상 등 10개 부문(최다) 후보에 올랐다. 지난 2월 열린 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최다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무관에 그쳤다.

■그녀의 조각들
비평가 75%, 관객점수 86%
예기치 못한 비극을 겪고 큰 상실감에 빠진 여성의 자아 찾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압도적 연기로 여우주연상을 노리는 배우 바네사 커비(33)는 이미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이 작품으로 최우수여우상을 수상했다. 초반 약 20분간이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
비평가 53%, 관객점수 86%
‘시티 번(City Burns)’ 등으로 엄청난 가창력을 선보인 안드라 데이(37)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영화. ‘갓 블레스 더 차일드(God Bless the Child)’ 등 명곡을 남긴 위대한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의 인생을 그렸다. 음반 프로모션을 위해 한국도 찾았던 안드라 데이의 연기력은 이미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입증됐다.

■힐빌리의 노래
비평가 26%, 관객점수 84%
비평가와 관객 점수가 크게 갈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거장 론 하워드(67)가 메가폰을 잡았다. 명배우 글렌 클로즈(74)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매년 최악의 영화에 주어지는 골든라즈베리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도 올라 눈길을 끈다. J.D.밴스의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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