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십년 동안 태양계 밖의 행성들에 대한 연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제까지 확인된 항성은 3247개이며, 행성은 1만231개다. 그중 직간접적으로 확인된 행성은 4375개다.
최근 몇년 동안 연구는 단지 행성의 존재 여부를 밝히는 단계에서 특징을 분석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과학자들은 올해 10월 발사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같은 진화한 장비들이 가동되면 연구도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외계생명체의 존재에 주목해온 우주생물학자들은 이를 통해 행성에서 생명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측정할 수 있는 물질(바이오 시그니쳐, biosignature)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꼽는 바이오 시그니쳐 중 대표적인 것은 지구상 대부분의 생명체에 필수적인 산소(O2)이며, 이는 광합성 유기체(식물, 나무, 박테리아 등)에 의해 생성된다. 유기체의 대사에는 이산화탄소(CO2)가 필요하며, 모든 생명체에 필수적인 물(H2O)과 썩어가는 유기물에서 배출되는 메탄(CH4)도 있다.
화산활동 역시 생명체가 존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화산활동과 관련된 화학적 부산물인 황화수소(H2S), 이산화황(SO2), 일산화탄소(CO), 수소(H2) 등도 생명 징후로 간주된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팀이 새롭게 추가한 바이오 시그니쳐는 '이소프렌(C5H8)'이라는 탄화수소다. 연구팀은 최근 우주생물학 저널을 통해 '무산소 대기를 가진 외계 행성에서 가능한 생물 특징 가스로서의 이소프렌 평가'라는 논문도 발표했다.
이소프렌은 메탄처럼 생명체의 2차 대사 산물로 생성되는 유기 탄화수소 분자다. MIT의 물리학·행성과학자 새라 시거 교수는 "이소프렌은 메탄 만큼이나 지구상의 다양한 생명체에 의해 생산되며, 특히 진화적으로 별 관계가 없는 매우 다양한 생명체(박테리아에서 식물과 동물에 이르기까지)가 이소프렌을 만들어낸다"며 "이는 외계 행성에서도 생명체의 징후를 알아볼 '핵심 블록'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지구상에서 이소프렌은 메탄만큼 풍부하지만, 대신 산소와 상호 작용으로 파괴된다. 따라서 연구팀은 주로 H2, CO2 및 질소(N2)로 구성된 무산소 환경에 집중했는데, 이는 지구의 원시대기와 흡사한 구조다.
연구팀은 생명체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원시행성에는 대기 중 이소프렌이 풍부할 것이며, 이런 면에서도 이소프렌은 생명체 탄생을 앞둔 행성의 특징으로 주목할 만하다고 추측했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제임스 웹 이외에도 2025년 발사될 '낸시 그레이스 로만(Nancy Grace Roman) 우주망원경' 같은 차세대 탐지 장비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까지 망원경은 외계행성, 특히 지구와 비슷하게 암석으로 이뤄져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행성(super earth)은 주변 항성의 빛에 묻혀버리기 때문에 탐지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감도가 크게 좋아진 차세대 장비들이 배치되고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 작은 암석 행성의 대기 분석이 용이해질 전망이다.
물론 차세대 망원경들이 배치되자마자 외계생명의 징후를 찾아낼 수 있는지 장담할 수는 없다. 시거 교수는 "제임스웹 망원경이 배치돼도 처음에는 행성의 대기 신호가 너무 약해 생명 징후를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고성능 망원경의 등장에 따라 최근 관련 분야의 연구가 부쩍 늘었고, 수만개의 다른 행성들도 차례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