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유전자를 원숭이에 이식한 결과 뇌가 평소보다 크게 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막스플랑크분자생물학연구소와 일본 게이오대학교 연구팀은 비단마모셋(Callithrix jacchus) 원숭이 태아에 인간 유전자를 이식하는 실험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9일 밝혔다. 이 내용은 18일자 사이언스지에도 소개됐다.

연구팀은 인간의 뇌가 다른 영장류에 비해 큰 것이 유전자 때문이라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에 나섰다. 바로 ARHGAP11B라는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유전자인데, 언어나 계획 등 고차원적인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신피질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비단마모셋 <사진=pixabay>

이 유전자를 원숭이 태아에 이식한 결과 호모 사피엔스의 뇌에 필적하는 진화가 관찰됐다. 이식 101일 후 관찰한 원숭이 뇌는 평소보다 신피질이 커져 인간과 같은 주름이 생기고 신경세포를 만들어 내는 세포형이 늘면서 상층부의 신경세포가 한층 많아졌다.

ARHGAP11B 유전자가 등장한 것은 약 500만년 전으로, 인간의 선조들이 침팬지와 분기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원인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추측된다. 

다만 당시의 ARHGAP11B는 우리가 현재 가진 유전자 그 자체는 아니다. ARHGAP11B는 150만~50만년 전에 다시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것은 후자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인간 이외의 영장류의 뇌도 생리학적으로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최초의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인간 진화의 단서를 발견하거나 질병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ARHGAP11B의 게놈은 지적장애나 간질 등 질병과 관련성이 제기되고 있어 그 기능을 파악하면 이러한 병에 대한 의학적 이해가 깊어질 전망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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