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지구를 지배한 티라노사우루스가 생각보다 영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한 공룡이 덩치만 키웠지 뇌는 작았다는 기존 학설에 배치되는 내용인데, 즉각 반론이 나오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브라질의 세계적 뇌과학자 수잔나 허큘라노 하우젤 연구팀은 15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Comparative Neurology'에 실린 논문에서 대형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지능이 기존 가설보다 훨씬 높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포악한 성격과 막강한 공격력으로 고대 육상 생태계를 호령한 포식자다. 다만 그 생태는 불분명한 부분이 많아 여러 설이 난무하는 상황이며, 지능과 관련된 논란도 계속된다.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정말 지능이 낮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현생 영장류와 동등한 지능을 가졌을지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심지어 영장류처럼 도구를 사용했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뉴런, 즉 신경세포다. 연구팀은 사라진 공룡에서 갈라져 나온 현생종 조류와 파충류의 평균 신경세포 수 사이의 관계를 따져 티라노사우루스의 대뇌에 존재했을 신경세포를 추산했다.
수산나 박사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뇌 무게는 약 340g이라는 게 학계 중론"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추측하면 티라노사우루스의 대뇌 뉴런 수는 약 30억 개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백악기 후기 육식공룡으로 티라노사우루스과로 분류되는 알리오라무스의 뇌는 73g인데, 뉴런은 약 10억 개로 계산됐다"며 "육식공룡들이 덩치에 비해 뇌는 작아 멍청했다는 학설은 재고할 여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연구팀 주장이 사실이라면, 티라노사우루스과 육식공룡들은 꼬리감는원숭이에 버금가는 지능을 가졌다. 이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도구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번 논문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이미 멸종한 동물의 지능을 추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더욱이 티라노사우루스의 대뇌 뉴런 수만으로 지능을 가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반박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고생물학자 테스 갤러거 교수는 "이번에 조사된 티라노사우루스의 대뇌 뉴런 수가 사실이라도, 그 수만으로는 지능을 100% 추측하기 어렵다"며 "한 동물의 지능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생태나 행동 등을 모두 파악해야 하는데, 이미 멸종한 동물은 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티라노사우루스의 지능이 상상보다 높았을 가능성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티라노사우루스가 원숭이처럼 도구까지 썼다는 주장은 지나친 상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가 티라노사우루스의 두개강이 뇌로 가득 찼음을 전제로 한 점이 한계라는 시선도 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뇌는 두개강의 30~50% 정도만 차지했다는 기존 연구도 있다.
공룡의 뇌 크기와 뉴런 수, 실제 지능에 대한 탐구는 오래됐다. 수산나 박사 연구팀의 주장을 부정하는 학자들은 뇌 크기가 반드시 지능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학설을 고수한다. 예컨대 까마귀는 머리가 좋기로 유명하지만 뇌 자체는 작다. 뉴런의 수도 생각보다 적지만 인지력을 요구하는 작업에 능하고 도구도 사용할 줄 안다.
이에 대해 수산나 박사는 "그럼에도 티라노사우루스 등 공룡의 지능을 가늠하는 연구가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공룡은 포유류가 득세하기 전 지구를 지배했으며, 여전히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멸종한 만큼 지능이나 생태를 연구하는 것은 고대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라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