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를 고정하는 세포소기관(오르가넬라)을 가진 진핵생물이 최초로 발견됐다. 공기 중의 유리질소를 고정하는 세포소기관은 지금까지 소수의 세균과 고세균만 가졌다고 생각돼 왔다.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교 연구팀은 11일 학술지 사이언스에 소개된 조사 보고서에서 공기 중의 질소를 생명체가 이용하도록 변환하는 질소 고정 세포소기관이 진핵생물인 조류에서 처음 확인됐다고 전했다. 니트로플라스트(nitroplast)라는 세포소기관을 가진 조류는 브라루도스파에라 비겔로위(Braarudosphaera bigelowii)다.

니트로플라스트의 역사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즈 연구팀은 태평양 바닷물에서 미지의 질소고정 시아노박테리아의 것으로 보이는 DNA 배열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박테리아에 'UCYN-A'라는 이름을 붙였다.

질소고정이 가능한 세포소기관을 가진 조류 브라루도스파에라 비겔로위 <사진=로드아일랜드대학교·사이언스 공식 홈페이지>

그간 많은 학자들은 'UCYN-A'가 숙주인 조류 브라루도스파에라 비겔로위와 공생관계라고 생각했다. 다만 로드아일랜드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조사에서 'UCYN-A'가 숙주와 공진화해 세포소기관이 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일반적으로 생명체는 세균과 고세균, 진핵생물로 구분된다. 이중 질소 고정이 가능한 것은 일부 세균과 고세균뿐이라고 여겨져 왔다. 질소 고정 세균은 공기에 떠다니는 유리질소를 고정해 암모니아나 아미노산을 합성하는데, 농업에 있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발견은 큰 관심을 끌었다.

로드아일랜드대 이노무라 케이스케 교수는 "진핵생물에 속하는 바닷속 조류가 세포 속에 질소를 고정하는 오르가넬라를 가졌다니 놀랍다"며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와 같이 원래 다른 생물이 공생관계를 넘어 세포소기관으로 진화한 것은 유구한 생물의 역사에서 이것이 4번째"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질소비료 제작 공법인 하버-보슈법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사진=pixabay>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의 세포에 들어가 공생하다 숙주의 일부, 그러니까 세포소기관이 됐다고 인정되려면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은 세포 구조가 세대를 통해 계승돼야 한다. 또한 그 구조가 숙주 세포에서 제공되는 단백질에 의존해야 한다.

이노무라 교수는 "숙주인 조류가 증식하는 과정을 보니, 세포 분열 직전 니트로플라스트도 분열해 다음 세대로 계승됐다"며 "숙주세포와 니트로플라스트의 증식이 질산염 등 영양염의 교환에 의해 제어된다는 점에서 양자의 대사가 연동된 것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교수는 "이번 발견을 응용해 자연적인 질소 고정을 농업에 채택하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엄청난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며 "대기 중의 질소로부터 비료를 만드는 기술인 하버-보슈법은 세계 식량 생산의 약 50%를 지탱하지만, 동시에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문제가 돼 왔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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