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식재료로 통하는 블루치즈를 좀처럼 먹지 못하는 건 특정 유전자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미식과학대학교(University of Gastronomic Sciences)는 최근 논문에서 일부 사람들이 블루치즈에서 비누 맛을 느끼는 것은 유전자의 영향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세계 인구의 세 명 중 두 명이 블루치즈 맛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는 데 주목했다.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이탈리아 18~77세 남녀 219명을 모집, 총 6가지 블루치즈를 시식하게 하고 어떤 맛이 나는지 파악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 중 3분의 2는 치즈 한 가지에서 비누 맛이 난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블루치즈 맛이 이상해 못 먹겠다는 피실험자들이 공통적으로 'STY9' 'PDE4B' 'AVL9' 'HTR1B' 등 네 가지 미각·후각 유전자를 가진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 관계자는 "미각 차이를 뒤에서 조종하는 것이 바로 이들 네 개의 유전자"라며 "블루치즈가 먹고 싶어도 맛이 이상해 포기한 사람들은 모두 공통된 유전자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소의 전유와 곰팡이를 이용해 숙성시킨 고르곤졸라 치즈. 블루치즈를 대표하는 식재료다. <사진=pixabay>

이어 "블루치즈뿐 아니라 고수 등 일부 식재료에 거부감을 느끼는 원인도 마찬가지로 유전자"라며 "11번째 염색체에 존재하는 STY9 유전자는 고수 냄새와 맛을 못 견디는 사람들이 가진 유전자 바로 옆에 있다"고 덧붙였다.

블루치즈는 푸른 곰팡이에 의해 숙성된 치즈다. 곰팡이에 따라 치즈 등급이나 종류가 달라진다. 피자나 빵에 자주 사용되는 고르곤졸라는 향기로운 단맛과 톡 쏘는 풍미가 뛰어난 세계 3대 블루치즈 중 하나다. 고수는 독특한 향 덕에 요리에 자주 사용되지만 특유의 맛과 냄새 때문에 세계 인구의 일곱 명 중 한 명은 못 먹는 식재료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음식 취향에 따라 유전자 변이를 가려내는 힌트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개개인의 유전자 변이를 간편하게 알 수 있다면 여러 질병의 맞춤형 예방법을 고안하거나 건강한 식단을 제안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블루치즈를 비누 맛으로 바꿔버리는 유전자가 가족 간에 어느 정도 유전되는지, 다른 어떤 식재료가 비슷한 현상을 일으키는지 더 조사해 미각 및 후각과 유전자 사이의 연관성을 알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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