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과 번식을 위한 유럽 뱀장어(Anguilla anguilla)들의 긴 이동 경로가 마침내 파악됐다. 1년간의 장기간 프로젝트에는 인공위성까지 동원됐다.

영국과 포르투갈 공동 연구팀은 1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낸 논문에서 유럽 뱀장어들이 포르투갈 서쪽 앞바다에서 북대서양 미국 바하마 제도 앞 사르가소 해역까지 멀리 이동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유럽 뱀장어 번식지가 사르가소 해역이라는 100년 된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 사르가소 해역에서는 유럽 뱀장어 개체나 알이 발견된 적이 없지만 발신기와 인공위성을 투입한 긴 조사 끝에 이곳이 뱀장어 번식지라는 증거를 잡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덴마크 생물학자 요하네스 슈미츠가 유럽서 멀리 떨어진 사르가소 해에서 유럽 뱀장어 치어를 발견한 것이 1920년대 초”라며 “많은 학자들이 서식지 확인에 나섰지만 뱀장어 남획과 해양 오염에 따른 번식지 소실 등으로 추적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유럽 뱀장어는 1980년대 이후부터 개체 수가 급감했다. 다급해진 생물학자들은 유럽 뱀장어가 어디서 산란하고 번식하는지 지역을 특정해 보호하려 했지만 증거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소형 발신기를 부착한 유럽 뱀장어 <사진=사이언티픽 리포트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유럽 각지의 뱀장어가 포르투갈 서쪽 앞바다 아조레스 제도에 모이고, 약 3300㎞ 떨어진 사르가소 해역까지 이동하는 가설에 주목했다. 멕시코만류와 북대서양해류, 카나리아해류, 대서양 적도해류에 만나는 사르가소 해역은 배가 자주 침몰돼 사람 접근이 힘든 곳이다. 

아조레스 제도 뱀장어 21마리를 잡은 연구팀은 DNA를 채취한 뒤 발신기를 장착했다. 이들을 다시 대서양에 풀어 어디로 향하는지 추적했다. 몇 달 후, 뱀장어 6마리가 사르가소 해역에 도착했다. 나머지 15마리는 도중에 데이터 수집을 위해 회수됐다. 기록에 따르면 가장 긴 거리를 여행한 뱀장어는 직선으로 약 2275㎞를 헤엄쳤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연구로 유럽 뱀장어가 1년 꼬박 하루에 평균 6.8㎞를 헤엄쳐 먼 사르가소 해역까지 이동하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뱀장어는 잘 계산된 이동경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특히 유럽 뱀장어는 빨리 알을 낳으려고 황급히 이동하지 않고 깊은 곳을 천천히 헤엄쳤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유럽 뱀장어가 체력을 아끼는 습성 덕에 머나먼 번식지로 무사히 이동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뱀장어들이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 연어처럼 지자기를 감지하거나 냄새, 해류, 온도 같은 단서를 이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연구 덕에 유럽 뱀장어 이동 지도가 완성되면 보다 많은 뱀장어 생태의 비밀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유럽 뱀장어 서식지 회복을 추진하는 데 연구 결과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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