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는 지능이 높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지만 사회성은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최신 연구에서 문어들이 바닷속의 다양한 물건을 던져 동료들과 소통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투척 행동이 문어에서 보고된 것 자체가 처음이어서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연구팀은 9일 국제 학술지 ‘PLOS ONE’에 게재된 논문에서 문어가 동료들과 서로 물건을 던질 줄 알며, 이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문어의 사회적 행동을 의미한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저비스 만에 서식하는 문어(Octopus tetricus)들이 물건을 투척하는 것으로 보고 실험을 기획했다. 고도의 지능을 가진 문어들의 투척 행동을 확인할 수 있다면 문어들만의 의사소통 방법 역시 알아낼 것으로 생각했다.

고성능 수중 카메라를 바다에 가라앉힌 연구팀은 끈기를 갖고 문어들의 생태를 관찰했다. 그 결과 문어들이 상대방에 물건을 던지는 상황이 총 102회 포착됐다. 참고로 문어의 투척 방법은 다리가 아닌 주둥이로 물을 세차게 분사, 근처의 물건을 상대 쪽으로 날리는 식이었다. 

짝짓기하려는 수컷을 향해 진흙을 뿜는 암컷 문어 <사진=PLOS ONE 공식 홈페이지>

영상을 파악한 바로는 문어들은 진흙이나 조개껍질, 조류 등 다양한 물건을 던졌다. 투척 행동의 비율은 암컷이 66%로 수컷(34%)보다 높았다. 투척 행위의 절반가량은 상대 문어의 행동에 대한 반응이었다. 일테면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다리를 뻗자 암컷은 물을 내뿜어 바닥의 진흙을 수컷이 뒤집어쓰게 만들었다. 문어들이 던진 물체가 상대방을 맞힐 확률은 17%였다. 

동영상을 분석한 연구팀은 문어가 물건을 의도적으로 던진 것으로 파악했다. 물론 우연히 물건을 투척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적어도 이번 영상에서는 분명한 목적이 보인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영상 속 문어들은 하나같이 상대방을 노리고 물건을 힘차게 던졌다”며 “던지는 물체도 제각각이었는데, 조개껍데기나 조류를 던져 거처를 청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누군가를 노리고 있을 때는 진흙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대개 문어는 공격적일 때 피부색이 짙어지는데, 이 상태에서 문어들은 자기보다 강한 상대에 물건을 집어던졌다”며 “날아오는 물체를 피해 자세를 굽히거나 다리를 들어 올려 방어하는 문어도 관찰됐다”고 덧붙였다.

동물이 물건을 던지는 의도는 종마다 다르다는 게 생물학계의 견해다.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물건을 던지기도 하고, 물총고기처럼 사냥감을 포획할 목적으로 물을 쏘기도 한다. 일부 거미는 적을 위협하기 위해 실을 휘두른다. 돌고래는 사냥감이나 공 등 물체를 수면 위로 던지며 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문어의 투척 행위가 뚜렷한 대상이 있다는 점에서 유대감을 키우거나 호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문어가 동료에 물건을 던지는 것이 처음 관찰된 만큼, 향후 장기 추적 조사를 통해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 계획이다.

조사 관계자는 “문어는 단독으로 사냥하고 동족과 조우하면 싸움을 벌이는 등 사회성이 거의 없는 동물로 알려졌다”며 “최근 연구에서 문어가 항상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신호를 보내는 등 사회적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 투척 행위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