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에서 보관 중인 주머니고양잇과 동물 태즈메이니아 타이거(Tasmanian Tiger)의 표본에서 RNA를 추출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스톡홀름대학교 및 스웨덴자연사박물관 공동 연구팀은 19일 발표한 실험 보고서에서 상온에서 보관 중인 130년 전 태즈메이니아 타이거 표본에서 RNA를 추출해 배열을 해독했다고 전했다. 멸종한 동물의 표본에서 피부와 골격근 RNA 전사체(transcriptome)를 얻은 것은 전례가 없다.

실험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태즈메이니아 타이거나 울리 매머드 등 이미 멸종한 동물의 연구나 부활, 나아가 감염증의 원인이 되는 RNA 바이러스의 연구를 크게 진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태즈메이니아 타이거는 과거 호주 및 태즈메이니아섬에 서식한 육식동물이다. 호주의 동물답게 주머니를 가진 유대류이면서 생태계에서는 늑대 역할을 해 태즈메이니아 주머니 늑대라고도 부른다.

스웨덴자연사박물관이 소장한 태즈메이니아 타이거. 약 130년 된 것으로, 여기서 RNA 전사체가 추출됐다. <사진=스웨덴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유대류 늑대의 수렴 진화를 대표하는 동물 태즈메이니아 타이거는 유럽 이주민들이 호주에 정착하면서 개체가 줄기 시작했다. 정착민들은 가축을 습격하는 태즈메이니아 타이거를 유해한 맹수로 간주해 현상금을 걸었고 대규모 구제활동이 벌어졌다.

결국 씨가 마른 태즈메이니아 타이거는 1936년 현재의 호주 호바트 동물원에서 사육되던 마지막 한 마리가 죽으면서 멸종했다. 1933년 12월 동물원에서 촬영된 마지막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사진은 생태계를 멋대로 파괴한 인간의 우매함을 상징한다.

동물학자들은 호주 일부 지역에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자연 서식지가 남아 있는 점에 희망을 걸고 복원 활동을 펼쳐왔다. 스웨덴자연사박물관이 소장한 130년 전 태즈메이니아 타이거 표본에서 RNA를 추출해 배열을 분석하는 데 성공하면서 복원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매체에 등장하는 태즈메이니아 호랑이 <사진=다큐멘터리 'TASMANIAN TIGER(1964)' 스틸>

실험 관계자는 "영구 동토에 냉동된 고대 동물이나 현생 동물에서 RNA가 추출된 적은 있지만 상온에서 보존된 멸종동물의 RNA 전사체를 얻은 것은 최초"라며 "DNA처럼 RNA도 핵산을 이루는 뉴클레오티드 분자 구조를 갖지만 DNA가 생물의 설계도라면 RNA는 거기 담긴 내용을 읽고 작업하는 도구 역할을 하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태즈메이니아 타이거 같은 멸종한 동물을 제대로 복원하려면 DNA 정보만 갖고는 한계가 있다"며 "각 조직에서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고 제어됐는지 기록된 전사체야말로 멸종한 동물을 되살리는 핵심 정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태즈메이니아 타이거의 피부와 골격근 RNA 전사체에서는 현대 유대류나 태반 포유류와 비슷한 유전자 발현이 확인됐다. 학계는 이를 통해 한 세기 전 멸종한 동물이 어떻게 유전자를 제어하고 있었는지 알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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