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의 열수 분출공 아래에서 미지의 생태계가 처음 발견됐다. 지열로 데워진 온수가 분출하는 해저의 굴뚝 열수 분출공에서는 최근 여러 생명체의 존재가 확인됐는데, 그 지하에 생태계가 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슈미트 해양연구소(SOI)는 7일 공개한 탐사 보고서에서 동태평양 2500m 심해 열수 분출공 지대의 아래에 숨은 생태계를 소개했다.

SOI는 수중 관측 로봇 수바스티안(Su Bastian)을 해당 열수 분출공 지대까지 보낸 뒤 아래 화산 지각을 조사했다. 그 결과 광대한 지하수 맥과 더불어 생명체들의 보금자리가 드러났다.

SOI 관계자는 "육지는 지하 공동, 바다는 모래나 진흙 속에 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며 "다만 열수 분출공 지하에 서식하는 생물이 조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동태평양 해저 2500m 열수 분출공 지대의 해저 토양 샘플을 채취하는 수바스티안 <사진=SOI 공식 홈페이지>

바다 깊은 곳에서 미네랄이 가득한 물을 뿜어내는 열수 분출공이 발견된 것은 1970년대다. 학자들은 빛도 닿지 않는 심해 열수 분출공 인근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곳이 지구 최초의 생명이 탄생한 곳이라고 여긴다.

열수 분출공 자체보다 그 아래에 주목한 SOI는 수바스티안 탐사 과정에서 관벌레(튜브웜, tube worm) 및 조개류, 화학합성으로 연명하는 박테리아, 미네랄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생물들을 확인했다.

특히 SOI는 열수 분출공 아래에 대규모로 서식하는 관벌레에 관심을 가졌다. 수바스티안이 찍은 사진 일부에서 몸통이 붉은색과 흰색으로 구성되는 이 관벌레 일부가 열수 분출공 아래 바닥에 박힌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열수 분출공 지하에서 발견된 관벌레. 튜브웜(tube worm)이라고도 한다. <사진=SOI 공식 홈페이지>

SOI 관계자는 "관벌레들은 해저 화산류를 통해 새로운 서식지로 이동한 것인지도 모른다"며 "바닥이 터진 상자에 관벌레들의 먹이를 넣고 해저에 고정한 결과, 바닥에 난 균열을 통해 아래쪽에서 열수 분출공이 있는 쪽으로 이동한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열수 분출공의 아래에는 그간 알지 못했던 광활한 생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면밀하게 조사하면 고대 지구의 생명체 탄생의 비밀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SOI는 지난 6월 수바스티안 탐사 활동을 통해 코스타리카 앞바다 3000m 심해 열수 분출공에 다닥다닥 붙어 저라는 새끼 문어들을 포착한 바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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