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고대 시베리아에 서식한 개들은 늑대보다 몸집이 작아지면서 결국 인간에 의지하게 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영향으로 개의 식생활에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했다는 게 조사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캐나다 앨버타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드’에 낸 논문에서 7000~8000년 전 시베리아 개들은 늑대보다 훨씬 작아져 자력으로 큰 사냥감을 사냥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시베리아 고대 개들의 식생활 변천사를 밝힌 이번 조사가 인간이 사냥·목축·썰매질 등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했으며, 그에 따른 고대견 수가 급속히 불어났음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개의 식생활 변화를 가져온 주요 사건에 포함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동물학계는 약 4만 년 전 시작된 늑대로부터 진화 이후 개의 식생활 변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아왔다.

하나는 빙하기에 먹을 것이 없어진 늑대 일부가 사람이 사는 취락에 접근한 사건이다. 이들은 이윽고 야생 동료와 갈라져 인간과 친밀해졌고, 마침내 의도적으로 개로서 번식이 진행됐다.

고대 시베리아에 살던 개들은 늑대와 달리 몸집이 작아지면서 인간에 의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다른 하나는 기원전 7000년 인류의 농업혁명 이후 개 일부가 전분을 소화하기 쉽도록 진화한 사건이다. 이는 현대의 개 중에 전분을 분해하는 AMY2B 유전자를 많이 가진 이유로도 꼽힌다.

연구팀은 이 두 가지가 개의 식생활을 변화시킨 중요한 사건들은 맞지만, 어느 쪽도 개의 몸집에는 무관심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연구팀은 1만1000년 전 이후 시베리아에 살았던 고대 개와 늑대 각 200마리의 뼈를 조사했다. 여기 포함된 콜라겐을 분석해 당시 개와 늑대의 신체 크기와 먹이 활동, 섭취한 사냥감 등을 추정했다.

그 결과 7000~8000년 전 시베리아의 개들은 늑대보다 몸집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늑대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 개에게는 어려웠음을 의미한다.

조사 관계자는 “늑대는 당시나 지금이나 무리를 지어 다니며 사냥감을 잡는다”며 “몸집이 작은 개는 늑대처럼 자력으로 사냥하는 대신 인간에게 의지하거나 작은 사냥감을 노려야 했다”고 분석했다.

개는 사람과 가장 친밀한 동물로 여겨진다. <사진=pixabay>

이어 “고대 시베리아의 개들은 사람이 주는 다양한 해산물을 먹은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개들은 호수나 강물에 사는 물고기는 물론 조개, 바다표범 같은 인간이 잡은 것들을 얻어먹었다”고 전했다.

시베리아는 1년 중 7, 8개월간 물이 얼어버릴 만큼 혹독한 추위로 유명하다. 물고기를 몸집이 작은 개들이 쉽게 잡았을 리 만무하다. 고대 개들의 뼈에서 생선의 흔적이 발견됐다면, 필시 인간에게서 받은 것이 틀림없다는 게 연구팀 생각이다.

연구팀은 시베리안허스키 등의 조상들이 인간에 접근한 대가를 받았다고 결론 내렸다. 인간이 주는 다양한 음식을 먹은 탓에 전에 없던 질병이나 영양 불균형을 겪었다는 이야기다.

조사 관계자는 “인간에 다가간 탓에 개는 미지의 세균이나 기생충에 직면하게 됐을 것”이라며 “잘 적응한 개도 있었겠지만 살아남지 못한 개체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컨대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최초의 개들은 대부분 죽고, 살아남은 개들이 유럽계로 진화했다”며 “그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살아남은 개들은 장내세균총이 더 다양해지면서 인간에게 받아먹는 탄수화물 종류를 한층 잘 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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