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자장가로 사람을 인공 동면에 빠뜨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비행사나 관광객을 먼 천체까지 보낼 방안을 고민해온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은 3일 공식 채널을 통해 실험 쥐의 뇌에 초음파를 쏴 인공 동면과 같은 상태로 만드는 실험을 공개했다. 이 내용은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도 소개됐다.
학계는 우주비행사의 인공 동면 기술을 만들기 위해 곰이나 고슴도치 등 동물의 겨울잠에 집중해 왔다. 연구팀은 여기서 벗어나 초음파에 주목했다. 초음파가 동물의 뇌에 작용해 신체 기능에 변화를 준다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쥐를 동원한 실험에 나섰다.
연구팀은 실험 쥐의 머리에 장착한 초음파 발생기를 이용해 쥐의 뇌 시상하부를 자극했다. 시상하부는 동물의 체온을 조절하거나 식욕, 수면 등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를 관장하는 뇌 기관이다. 시상하부는 이전부터 동물의 겨울잠 연구를 위해 탐구돼 왔다.
초음파로 시상하부를 자극한 실험 쥐는 불과 13분 만에 체온과 심박수, 호흡량이 크게 떨어졌다. 몸의 움직임도 무뎌져 먹이를 먹는 양도 크게 줄었다. 초음파를 반복해서 맞은 실험 쥐는 이윽고 24시간 내내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 초음파 스위치를 끄자 쥐의 몸 상태는 90분 만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실험 관계자는 "초음파로 시상하부를 자극한 쥐의 행동은 실제 겨울잠 패턴과 거의 일치했다"며 "이 실험 결과를 인간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지만, 실험 쥐가 겨울잠을 자는 종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충분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이런 방법으로 인간도 일시적인 인공 동면이 가능하다면 향후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친 장기 우주 비행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부에서는 초음파로 동물을 가사 상태로 만들어도 괜찮은지 확실치 않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겨울잠을 자면 기억이 일부 상실될 가능성이 지적된 만큼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연구팀은 추가 실험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된다면 우주여행은 물론 불치병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