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본 것을 세 걸음 만에 잊는다고 알려진 닭. 금붕어와 더불어 가장 멍청한 동물로 통하는 닭이 문자와 숫자를 식별한다는 놀라운 사실에 관심이 쏠렸다.
세계기네스협회는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문자와 숫자, 색깔을 구분하는 분야에서 세계기록을 작성한 닭 레이시가 거센 도전에도 타이틀을 지켰다고 전했다.
외신의 보도로 올봄부터 이름이 알려진 레이시는 캐나다 수의사 에밀리 캐링턴 씨가 키우는 반려닭이다. 캐링턴 씨의 지속적인 훈련을 받은 레이시는 문자와 숫자, 색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진 닭으로 유명하다.
캐링턴 씨는 "닭이 멍청하다는 속설을 깨기 위해 2023년 봄부터 흔한 닭들을 구해다 교육시켰다"며 "아이들 교육에 쓰는 자석이 붙은 영어 알파벳 및 숫자 교재를 이용해 수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 방법은 간단했다. 제가 가르친 문자나 숫자를 닭들이 부리로 콕콕 쪼고, 나머지는 철저하게 무시하도록 가르쳤다"며 "이렇게 하면 제시된 문자나 숫자가 많아도 오직 배운 것만 골라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캐링턴 씨는 닭들이 답을 맞히면 모이를 주는 교육법을 썼다.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은 닭들은 수의사의 의도대로 문자와 숫자를 구분했다. 캐링턴 씨는 정답률이 가장 높은 레이시와 지난 4월 기네스북 등재에 도전했고, 보란 듯 세계기록을 세웠다.
레이시는 ▲조각이 담긴 접시 고르기 ▲제시된 알파벳(또는 숫자) 2개 중 1개 고르기 ▲흰색, 분홍색, 파란색, 노란색 도형 중 노란색 집어내기 등으로 구성된 10개 과제에 도전했다. 1분 만에 6개를 풀어 기네스 세계기록 타이틀을 따냈다.

세계기네스협회는 "레이시는 최근 개최된 같은 부문 테스트에서 타이틀을 지켜냈다"며 "해당 부문은 캐링턴 씨의 제안에 따라 레이시를 위해 새롭게 개설됐으며, 앞으로 수많은 닭의 도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새 부문은 닭이 의외로 뛰어난 지능을 가졌음을 보여줘 학자들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며 "닭은 매우 과소평가된 동물이다. 닭의 지능과 관련된 기록 부문을 앞으로 여럿 고안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흔히 기억력이 떨어지는 이를 닭대가리로 멸칭하는데, 닭은 나무늘보와 칠면조, 코알라 등이 포함된 지능이 낮은 동물 10위에 들지 않는다. 금붕어가 멍청하다는 것도 속설로, 훈련을 받은 금붕어는 운전까지 가능하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