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걸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속 비밀이 추가로 발견됐다.
마우리츠하이스미술관 연구팀은 최신 기술을 사용해 작품을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비밀 여러 개가 드러났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따르면, 그림 속 소녀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미세하고 작은 속눈썹이 있었다. 또한 검은색 배경에는 원래 초록색 커튼도 그려져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바래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그림 속 소녀에게 속눈썹이 없는 이유에 대해 갖은 설이 제기됐다. 페르메이르가 이상형을 그렸기 때문이라는 설, 추상적인 얼굴을 그렸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했다. 소녀의 등 뒤에 있는 녹색 커튼과 희미한 공간에 대해서도 많은 가설이 제기됐다. 이번 연구에서 비로소 두 가지가 모두 원래부터 그려져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페르메이르의 회화 기법에 대해서도 여러 단서가 밝혀졌다. 화가는 먼저 갈색과 검은색의 그늘로 구도를 정하고, 그 다음 배경에서 전경으로 색을 입혀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림의 핵심인 진주 자체는 윤곽이 그려져 있지 않으며 귀에 매달리는 고리도 묘사돼 있지 않다. 화가가 귀, 터번 상단, 목덜미 위치를 어긋나게 해 수정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그림에 동원된 물감 원료의 산지도 특정됐다. 페르메이르는 당초 네덜란드 델프트 지역에서 작품의 색을 표현하기 위한 재료들을 구입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흰색으로 쓰이는 연광석은 잉글랜드산, 붉은색을 표현한 코치닐 색소는 멕시코와 남미산으로 밝혀졌다. 터번에 많이 사용한 파란색 물감의 원료는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에서 나는 라피스라즐리인데, 페르메이르가 살았던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금보다 훨씬 귀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도 소녀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소녀의 정체는 이 작품의 최대 수수께끼로 꼽히지만 정체는 오래 전부터 불분명하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는 사실적 작풍과 정교한 빛의 표현, 특유의 질감으로 알려진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다. 그의 대표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입가의 희미한 미소가 다빈치의 걸작을 떠올리게 해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로도 불린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