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달 한 바퀴를 도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미 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 자료를 보면 이제까지 달 표면을 밟은 사람은 총 12명이다. 이들은 모두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이뤄진 아폴로 임무에 참가했던 우주인들로, 지구 중력의 6분의 1에 불과한 달 표면에서 걷는 속도는 시속 2.2㎞에 불과했다.

NASA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이들보다 훨씬 달에서 빨리 걸어다닐 수 있다. 2014년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발표된 NASA의 연구는 시뮬레이션된 달 중력에서 인간이 얼마나 빨리 걷고 뛸 수 있는지 테스트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참가자 8명(3명은 우주비행사)이 DC-9 항공기에 탑재된 러닝머신을 걷도록 했다. 이는 한 번에 최대 20초 동안 달의 중력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1972년 달을 걷는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 해리슨 슈미트 <사진=NASA>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최대 시속 5㎞의 보행 속도를 냈다. 이는 아폴로 우주비행사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일 뿐더러 지구에서의 평균 최대 보행 속도인 시속 7.2㎞에도 가깝다.

참가자들은 지구에서 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팔을 휘두를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속도를 냈다. 이같은 진자 운동은  부족한 중력을 부분적으로 보충하는 힘을 생성한다. 아폴로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이유 중 하나는 두툼한 수트 때문에 팔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서다.

이 속도로 달의 둘레(1만921㎞)를 걷는 데는 약 91일이 걸린다. 물론 잠도 자지 않고 쉼없이 걷는다는 단순 계산이라, 실제로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다만 지구(둘레 4만75㎞)를 쉬지않고 한 바퀴 도는 데 334일이 걸린다는 계산이 무의미한 것처럼, 달에는 더 큰 변수가 있다. 바로 수㎞ 깊이에 달하는 분화구들이다.

경로만이 문제는 아니다. 달 표면을 걷다 보면 여러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물이나 음식, 산소와 같은 물품을 운반하는 것이다. 유럽우주국(ESA) 과학고문 에이단 코울리는 "그런 물품을 배낭에 넣어 다닐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무리 지구 중력의 6분의 1이라고 해도 질량이 너무 많이 나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지원 차량이 있어야 한다고 코울리는 지적했다.

닐 암스트롱과 함께 버즈 올드린이 1969년 달에 남긴 첫 발자국 중 하나 <사진=NASA>

최적의 움직임을 지원하는 디자인의 우주복도 필요하다. 현재의 우주복은 ​​과도한 이동을 계산하고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일부 기관에서 팔의 움직임이 자유로운 형태의 수트를 개발하고 있다.

빛과 온도도 중요한 변수다. 달의 적도는 낮 동안에는 약 100℃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180℃까지 떨어진다. 달의 일부 지역은 햇빛이 거의 또는 전혀 없어서 여행의 절반 이상은 어둠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물론 특별히 설계된 수트나 로버를 사용하면 온도로부터 보호될 수는 있으나, 이는 달의 표면을 덮은 토양(레골리스)의 상태를 변화시켜 걷는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방사선이다. 지구와 달리 달에는 방사선을 막아주는 자기장이 없다. 걷는 도중 태양 플레어 활동이 일어나 방사선에 노출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코울리는 "결국 이런 임무는 엄청난 양의 지구력 훈련이 필요하다"며 "마라톤 수준의 체력을 갖춘 우주비행사를 보내야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고 속도로 걷는 것은 하루에 3~4 시간 정도만 가능하다고 코울리는 말했다. 따라서 사람이 하루 4시간 동안 분화구의 별 방해 없이 시속 5㎞로 걷는다고 가정하면 달의 둘레를 완주하는 데에는 약 547일, 즉 1년 반이 걸린다.

그나마 현재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2030년대 후반이나 2040년대 초까지는 적합한 장비를 갖추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코울리는 "달을 걷는 데 필요한 장비들을 지원하는 곳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어떤 정신나간 억만장자가 시도하려 든다면 아마 뽑아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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