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암흑 에너지(dark energy)가 없더라도 우주가 팽창하는 이유는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암흑 에너지는 우주의 팽창이 가속하는 원인으로 여겨지는 가설 상의 물질이다.
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교 물리학 연구팀은 지난해 말 낸 조사 보고서에서 초신성의 빛을 분석한 결과 암흑 에너지를 완전히 배제해도 우주의 팽창이 가속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우주가 암흑 에너지 약 68%와 암흑 물질(dark matter) 27%, 5%의 가시 물질(visible matter)로 구성된다고 봤다. 이는 어디까지나 가설인데, 연구팀은 이번 발견으로 우주 최대의 수수께끼가 5년 안에 풀릴 것으로 자신했다.

지금까지 정립된 우주의 존재 이론은 대략 이렇다. 우주는 빅뱅으로 탄생했고, 그로부터 오늘날까지 계속 팽창해 왔지만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중력에 의해 그 속도는 서서히 줄어들 운명이다. 다만 우주의 팽창은 느려지기는커녕 점점 빨라져 왔는데, 그 원인이 바로 암흑 에너지다.
아래 그림은 이런 학자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정립한 우주의 역사를 보여준다. 우주는 빅뱅과 함께 팽창을 시작했지만 약 100억 년 전 팽창이 빨라졌다. 이는 암흑 에너지라는 이론상의 현상에 의한 것으로 가정됐다.
연구팀은 적색편이는 우주 팽창의 가속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간과 거리의 측정법에 의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멀리 떨어진 천체의 관찰에 응용되는 적색편이는 우주 팽창에 의해 별이 얼마나 멀어지는지 알게 해 준다.

캔터베리대 우주물리학자 라이언 하퍼 박사는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하므로 중력을 발생시키는 물질이 전무한 공간에 시계가 있다면 바늘은 우리은하 안의 시계보다 더 빨리 간다"며 "우리가 고안한 타임스케이프 모델에 근거해 우리은하의 시간을 계산했더니 우주의 거대한 초공동(은하가 거의 없는 영역)보다 35% 늦었다"고 말했다.
박사는 "이는 우주의 초공동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빠른 만큼 우리은하보다 수십억 년 더 오래 시간이 경과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그만큼 우주가 확장하게 되므로 우리 입장에서는 우주의 팽창이 빨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주 팽창의 가속과 암흑 에너지는 현대 우주론의 최대 수수께끼 중 하나다. 학계는 이번 연구 결과가 정론으로 받아들여지던 기존의 우주 팽창 가속 이론이 큰 변화를 맞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