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4.2광년 거리)인 '프록시마 센타우리' 주위에서 지난 2016년 발견된 '프록시마 b'라는 행성은 그동안 큰 관심을 받아왔다.
프록시마 b는 모항성인 프록시마 센타우리와는 고작 0.05AU(지구와 태양까지의 거리 단위) 밖에는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온도가 낮고 크기가 작은 적색왜성이라, 프록시마 b는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이른바 '생명체 서식 가능 지역(habitable zone)'에 위치해 있다. 또한 지구와 흡사한 암석형 행성인데다 질량은 지구의 1.3~3배 정도로 추정되는 등 생명체 존재 가능성은 물론 미래의 거주 가능한 행성 후보로도 꼽혔다.
반면 과학자들은 프록시마 b가 지구가 받는 태양풍의 약 2000배 강도의 항성풍 압력을 받고 있으며 특히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돌발적인 플레어(flare)에 너무 가깝게 노출돼, 생명체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마침내 이에 대한 결론이 나왔다. 콜로라도 볼더대학의 천체물리학자인 메레디스 맥그리거 교수와 카네기 과학 연구소, 시드니 천문학 연구소, 하바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 CSIRO 천문·우주과학, 우주망원경과학 연구소 및 다수의 대학들이 참가한 연구진은 21일 천체물리학 저널을 통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아쉽게도 '생존 불가능'이다.
프록시마 센타우리와 같은 저질량 저광도의 적색왜성은 다른 별들에 비해 가변적이고 불안정하다. 특히 이 별은 플레어가 자주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이를 통해 분출된 강력한 자외선과 이온화된 방사선은 근처에 있는 별의 생물을 모두 죽이는 것은 물론 행성의 대기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
연구팀은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플레어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 2019년 동안 수개월에 걸쳐 별을 관찰했다. 이를 위해 호주 SKA 패스파인더 망원경과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집합체(ALMA), 허블 우주망원경, TESS 우주망원경, 듀퐁 망원경 등이 총동원됐다.
그 결과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2019년 5월 1일 거대한 플레어를 발생시켰는데 이 때 수초 동안 발생한 자외선은 평소의 1만4000배에 달했다. 맥그리거 교수는 "만약 프록시마 b에 생명체가 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태양과 비슷한 나이로 수십억년 동안 이같은 플레어를 폭발시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로 인해 프록시마 b는 생명체가 있었다고 해도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으로 연구진은 결론내렸다.
이는 다른 생명체 거주 후보지들의 연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적색왜성은 우리 은하에서 가장 흔한 유형의 별이며 전체 우주의 별 중 70%를 차지한다. 지금까지 확인된 4375개 이상의 지구와 흡사한 행성 중 상당수가 적색왜성 주위를 공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과학자들은 거주 가능한 암석 행성이 적색왜성계에 있다고 추측했지만, 이번 연구는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적색왜성이 프록시마 센타우리보다 덜 활동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