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매드랜드’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들어올린 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64)가 수상소감 도중 늑대 울음소리를 내 주목 받고 있다.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2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과 돌비극장에서 열린 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클로이 자오(40) 감독의 ‘노매드랜드’로 여우주연상을 획득했다.
‘파고’(1996) ‘쓰리빌보드’(2017)에 이어 세 번째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그는 수상 스피치 도중 “울프에게 바친다”며 길게 늑대 울음소리를 뽑아 좌중을 놀라게 했다.
사연을 모르는 언론들은 이 울음소리가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고만 언급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제작진과 배우들만 아는 에피소드가 숨어있다.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영화 ‘노매드랜드’ 촬영 도중 세상을 떠난 음향 담당자 마이클 울프 스나이더를 기리기 위해 늑대 울음소리를 냈다. 울프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그는 지난 3월 미국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결론 내렸다.
이 같은 사실은 클로이 자오 감독이 수상 이후 직접 언급했다.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늑대 울음소리를 낼 때 눈물을 글썽이는 클로이 자오가 일부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울프는 감독의 전작 ‘로데오 카우보이’(2017)도 함께 작업했다.
클로이 자오는 “3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울프는 우울증이 심했는데, 우리는 그 심각성을 미처 알지 못했다”며 “코로나19로 집에 홀로 틀어박혀 지내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동료로서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노매드랜드’는 이번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3관왕에 올랐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아시아 여성 연출자로는 최초의 오스카 감독상 수상자가 됐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경제 파국으로 삶의 터전과 남편을 잃은 중년 여성이 밴 한 대에 몸을 싣고 각지를 유랑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