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면의 가장 크고 오래된 크레이터 에이트켄(에이켄) 분지의 나이는 43억 살이라는 새로운 가설이 제기됐다. 천문학자들은 달 남극에 자리한 에이트켄 분지가 40억 년 전 생성됐다고 여겨왔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에이트켄 분지의 나이는 기존 생각보다 약 3억 년 오래됐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근거로 에이트켄 분지에서 날아와 지구에 박힌 운석 노스웨스트 아프리카 2995(NWA 2995)를 들었다.
에이트켄 분지는 달의 뒷면 남극 부근에 펼쳐진 폭 약 2500㎞, 깊이 6.2~8.2㎞ 규모의 광활한 충돌구다. 여기 부딪힌 천체의 지름은 약 200㎞로 추측된다. 공룡을 멸종시킨 것으로 여겨지는 칙술루브 운석의 지름이 10㎞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크기다.
조사 관계자는 "태양계가 형성된 이후 소행성대보다 태양에 가까운 천체들은 혜성이나 소행성에 의한 격렬한 폭격을 받아왔다"며 "그러한 충돌의 역사를 푸는 것은 태양계의 역사를 아는 것과 연결되는 중요한 일"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지구와 가장 가까운 달에서 일어난 대규모 충돌로 튕겨 나간 조각은 우주 공간을 떠돌다 지구에 떨어지곤 한다"며 "그런 운석 중 하나가 2005년 알제리에서 발견된 NWA 2995"라고 말했다.
NWA 2995는 학자들의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달이 기원임이 예전에 확인했다. 광물 조성과 구조가 남극 에이트켄 분지 남부에 있는 암석과 흡사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더욱이 NWA 2995가 우주를 떠돈 기간은 단지 2200만년 정도인 것도 판명됐다.
연구팀은 NWA 2995를 정밀 재조사해 에이트켄 분지가 생성된 보다 상세한 시기를 특정했다. 운석에 포함된 각종 광물과 성분을 방사성 연대측정법으로 조사해 NWA 2995의 나이를 산출했다. 아울러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선 루나 프로스펙터(Lunar Prospector)가 모은 달 표면 데이터를 통해 NWA 2995의 보다 상세한 형성 지점도 살펴봤다.
조사 관계자는 "NWA 2995는 에이트켄 분지 내에 있는 특징적인 지점 둘 중 하나에서 형성됐음을 알아냈다"며 "이런 새로운 요소들을 통해 우리는 충돌구 형성 시기가 43억2000만~43억3000만년 전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에이트켄 분지의 나이는 대략 40억 년 전, 즉 달 역사의 첫 5억 년 안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통설이었다"며 "이번 연구로 에이트켄 분지의 형성 시기가 최소 1억 2000만년 앞당겨지면서 새로운 가설이 성립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