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말겠지’란 생각에 넘기곤 하는 수면부족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원인도 치료법도 다양한 수면부족을 방치했다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역사를 들여다보면 개인의 수면부족이 야기한 어처구니 없는 대형 참사가 많다. 미 항공우주국(NASA) 챌린저호 공중폭발이 대표적이다. 챌린저호는 1986년 1월 28일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발사 73초 만에 폭발했다. 탑승한 우주비행사 7명은 전원 사망했다.

대참사 전날 NASA는 셔틀 로켓부스터 제작사와 전화회의를 가졌다. 제작사 엔지니어는 발사일 기온이 낮다는 일기예보를 들어 연기를 권고했다. 기온이 낮으면 부스터에 악영향을 미쳐 폭발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었는데 NASA 고위책임자는 이를 무시했다.

우주개발 역사의 비극으로 기록된 챌린저호 대참사 <사진=pixabay>

이 사실이 사고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자 NASA는 온갖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직원들이 초과근무와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렸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할 책임자가 수면부족으로 부스터 개발사 충고를 무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전화회의에 참석했던 고위책임자는 발사 전날 단 3시간 잠을 잤다. 한 관계자는 “NASA는 장시간 일할수록 좋다는 일종의 조직문화가 있었다”며 “이런 악습이 돌이킬 수 없는 대참사를 불렀다”고 언급했다.

2009년 6월 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447편의 대서양 추락사고 역시 수면부족이 원인이다.

58세의 항공기 기장은 베테랑이었지만 비행 전날 1시간 밖에 잠들지 못했다. 조종석 보이스레코더에는 기장이 전날 밤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하소연하는 발언이 남아있었다.

사고 당시 조종은 비행경험이 적은 젊은 부기장 2명이 맡았다. 비행 후 3시간여 만에 비행기 피토관이 난기류에 얼었고, 부기장이 잘못 대처하면서 실속 문제가 벌어졌지만 기장은 조종석 뒤에서 자고 있었다. 원래 비행 시 오토파일럿 기능을 사용하는 데다, 기장이나 부기장이 교대로 선잠을 잘 수 있지만 기장은 경보 1분이 훨씬 지난 뒤에야 눈을 떴다.

에어프랑스는 2009년 기장의 졸음과 부기장의 조작실수가 결합된 447편 추락사고를 냈다. <사진=pixabay>

가까스로 조종석에 앉은 기장은 잠이 덜 깬 탓에 즉각 대처하지 못했다. 부조종사는 실속 시 취하는 대처법과 완전히 반대 조작을 하고 있었다. 3분 뒤 기체는 그대로 대서양에 추락했고 승객 등 탑승자 228명 전원이 사망했다.

조사 결과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기장이 수면부족으로 실속경보 후 대응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한 점이 꼽혔다.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판단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이유 역시 기장의 수면부족이 거론됐다.

1989년 3월 24일 유조선 엑슨 발데즈호는 알래스카를 출발, 미국 캘리포니아로 향하다 암초에 부딪혀 침몰했다.

사고의 주된 원인은 출항 직전 보드카 세 병을 비운 선장의 음주운전으로 조사됐지만 선원들의 과로와 수면부족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선장은 유조선이 암초에 부딪치기 얼마 전, 잠을 자기 위해 규정을 무시하고 조타를 3등 항해사에 맡겼다. 다만 3등 항해사도 전날 수면시간이 5시간인 탓에 쏟아지는 졸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잠깐의 졸음운전으로 좌초한 유조선은 무려 1080만 갤런의 기름을 바다에 토해냈다. 이는 지금까지 해상에서 발생한 인위적 환경파괴 중 최대 규모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pixabay>

2013년 12월 1일 미국 뉴욕을 지나던 메트로노스 열차가 탈선사고를 일으켜 4명이 사망하고61명이 부상했다.

조사에 나선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 장소가 가파른 곡선구간으로 제한속도가 30마일(약 48㎞)임에도 커브 앞에서 열차가 82마일(약 132㎞)로 달린 점에 주목했다.

NTSB는 운전자가 잠들어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운전자는 사고 2주 전 오전과 오후 업무를 전환하느라 극심한 수면부족을 겪은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숙면을 방해하는 수면무호흡증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직전 복용한 항히스타민제가 졸음을 증폭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은 챌린저호 참사 이후 수면부족이 야기하는 경제적 손실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 통계를 보면 1988년 한해 미국에서 수면부족이 야기한 각종 사고로 2만4000여명이 숨지고 247만명이 부상했다. 경제적 손실은 무려 560억 달러(약 63조원)에 달했다. 의사들은 적어도 하루 7시간 이상 양질의 수면을 취할 것을 권고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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