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상자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과학자들은 고양이가 상자 안에 들어가 있으면 편안함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런 고양이의 상자 애호가 상상을 넘어서는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바닥에 사각형으로 금만 그려 놓아도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물론 '가상의 사각형'까지 선호한다는 것이 발견됐다.

뉴욕시립대학교의 인지 생태학자 가브리엘라 스미스 등 연구진은 고양이의 밀폐된 공간에 대한 선호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했다. 인지 생태학(Cognitive ethology)이란 동물의 행동에 대한 인식과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연구진이 주목한 가상의 사각형이란 '카니자 사각형(Kanizsa square)'이다. 이는 팩맨 모양의 도형을 사각형 모서리에 배치해 선이 그려져 있지 않아도 '환상 윤곽(Illusory contours)'이 관찰자에게 사각형을 지각하도록 유발하는 것이다. 이는 1976년 관련 논문을 통해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탈리아의 심리학자인 가에타노 카니자 교수의 이름을 땄다. 

카니자 사각형을 선택한 고양이 <사진=가브리엘라 스미스 트위터>

연구진은 30명의 고양이를 선정, 주인에게 필요한 사항을 교육하고 각자의 집에 카메라와 실험 장치 등을 배치했다. 이 실험은 코로나 19에 따른 분위기에다 고양이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실험실이 아닌 가정에서 실시됐다. 고양이는 일반적으로 실험실 같은 새로운 환경에 있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으로, 집에서는 좀 더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테이프로 사각형을 만들거나 ▲카니자 사각형을 배치하거나 ▲카니자 사각형처럼 보이지만 모서리 방향이 반대로 돌아가서 사각형 모양을 이루지 않는 경우 등 3가지 모양을 바닥에 만들고 고양이의 반응을 촬영했다.

그 결과 고양이는 테이프로 만든 사각형은 물론 카니자 사각형 안에 더 자주 들어가 서거나 앉았다. 연구진은 "결과는 고양이의 환상 윤곽에 대한 민감성을 밝힘과 동시에 고양이가 실제 사각형만큼이나 가상 사각형을 좋아한다는 우리의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결론 내렸다. 터프츠대학의 윤리학자 니콜라스 도드만은 "이런 가상의 상자는 고양이에게 오해된 보안 감각과 심리적 편안함을 동시에 제공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박스를 좋아하는 것은 작은 고양이만이 아니라 사자나 호랑이 등 '큰 고양이'에게도 해당한다.

이 연구는 응용 동물 행동 과학 저널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 제목도 재미있다. '내가 적당하면 나는 앉는다: 집고양이의 환상 윤곽 감수성에 대한 시민 과학 조사(If I fits I sits: A citizen science investigation into illusory contour susceptibility in domestic cats)'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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