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 대고 피라미드 뒤진 '뮤온 단층촬영'
2021-05-10 07:30

지난 2017년 이집트에서 가장 큰 기자 피라미드 내부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공간이 발견됐다. 이는 파라오 쿠푸와 여왕의 석관이 있는 방을 연결하는 길이 30m, 높이 수 m의 복도로, 19세기 이래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최초의 주요 발견으로 꼽혔다.

더 놀라운 사실은 피라미드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이 공간을 찾아냈다는 것이었다. 이는 '뮤온 단층 촬영(Muon tomography)'이라는 기술 때문이었다.

우주에서 발생한 우주선(Cosmic rays)은 빛에 가까운 속도로 높은 에너지를 지닌 각종 입자와 방사선 등을 지구로 쏟아낸다. 이런 고에너지 입자가 대기 상층부와 충돌하면 입자 소나기가 만들어지며 공기 중에 입자들을 뿌린다. 하지만 일부 무거운 입자들은 지표면까지 내려오는데, 이들이 '뮤온(Muon)'이다. 뮤온은 지구 어느 곳에서나 발견된다.

뮤온은 전자와 유사한 성질을 가졌지만, 질량은 전자의 200배가 넘는 무거운 소립자다. 엑스선이나 감마선과 같은 다른 유형의 방사선처럼 밀도가 높은 물질을 투과할 수 있다. 그러나 엑스선이나 감마선과는 달리, 뮤온은 통과하는 물질을 손상하지 않는다.

뮤온 단층 촬영 설명도 <사진=스캔피라미드 프로젝트>

이 때문에 뮤온을 이용하면 피라미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원리는 엑스선 촬영과 같다. 통과한 물체의 밀도가 클수록 사진에는 밝은 부분으로 나타난다.

사실 이 기술은 등장한 지 꽤 됐다. 뮤온은 1936년 칼 앤더슨과 세스 네더마이어에 의해 처음 발견됐고, 1955년 호주에서 광산 속을 탐사하는 데 사용됐다. 특히 1960년대말 미국의 유명한 물리학자 루이스 알바레스는 2017년 발견된 기자 피라미드의 빈 공간을 찾기 위해 뮤온 단층 촬영을 시도했다. 당시 촬영은 성공적으로 수행됐으나, 다만 옆에 있던 다른 피라미드를 조사한 것이 문제였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의 상태를 확인할 때도 사용된 뮤온 단층 촬영은 최근 고해상도 이미징 기술과 비용 감소 및 휴대용 탐지기 개발 등으로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산 활동 감지 및 고고학 유적지의 조사다.

기자 피라미드에 뮤온 단층 촬영 장비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스캔피라미드 프로젝트>

'폼페이 멸망'을 일으킨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의 베수비오 화산은 아직도 증기를 뿜어내는 활화산이다. 이곳에도 뮤온 단층 촬영을 통한 화산활동 감지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화산 내부의 용암 도관 구조를 파악하고 화산 분출을 유발하는 특정한 정보를 미리 파악, 지진 및 기상 데이터 등과 결합해 화산 분출을 경고하려는 의도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 중인 지오반니 마케도니오 박사는 BBC 사이언스 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뮤온은 매우 작고 1㎡에 초당 100개가량만 존재하며 대부분은 화산에 흡수된다"며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몇 개월에 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7년 기자 피라미드에서 공간을 찾아낸 '스캔피라미드(ScanPyramids)' 프로젝트는 코로나 19로 인해 지난해부터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이들은 이미 뮤온 단층 촬영으로 피라미드 안에 공간이 더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백신이 보급되고 작업이 재개되면 더 많은 발견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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