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화 및 드라마 시상식 골든글로브가 흔들리고 있다. 오스카와 함께 절대적 권위를 자랑해온 골든글로브는 숱하게 이어져온 인종차별과 성희롱 논란 등 고질병이 대두되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명분 없는 시상식’이란 팬들의 비판 속에 스타들의 ‘손절’까지 계속되며 존폐기로에 섰다.

영화 ‘블랙 위도우’의 스칼렛 요한슨(37)은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주최하는 골든글로브에 등을 돌린 대표적인 배우다. 과거 그는 “시상식 기자회견에서 성차별적 질문이나 발언을 경험한 적이 몇 번이나 있다”고 밝혀 팬들을 놀라게 했다.

스칼렛 요한슨은 “영화를 널리 홍보하는 것은 배우의 당연한 의무”라면서도 “과거 HFPA 특정 인물이 성차별적 질문이나 성희롱 수준의 발언을 했는데도 협회 차원의 조치가 없더라”고 비판했다.

골든글로브에 등 돌린 스칼렛 요한슨 <사진=영화 '아일랜드' 스틸>

그는 “오랫동안 골든글로브 시상식 참석을 거부해온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HFPA는 오스카 영향력을 높이려던 하비 와인스타인(69)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2017년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원흉이다.

명배우 톰 크루즈(59)도 골든글로브 보이콧에 최근 동참했다. 데드라인 최근 기사에 따르면 톰 크루즈는 과거 자신이 수상한 골든글로브 트로피 3개를 모두 HFPA에 돌려보냈다.

총 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에 오른 톰 크루즈는 영화 ‘7월 4일생’(1989)과 ‘제리 맥과이어’(1996), ‘매그놀리아’(1999)로 세 차례 남우주·조연상을 수상했다. 이 트로피를 모두 반납한 건 골든글로브의 명예가 퇴색했다는 판단에서다.

골든글로브 트로피 3개를 주최측에 반납한 톰 크루즈 <사진=영화 '미이라' 스틸>

‘어벤져스’ 시리즈 속 헐크로 유명한 마크 러팔로(54)도 마찬가지다. 올해 골든글로브에서 HBO 드라마 ‘아이 노우 디스 머치 이즈 트루’로 TV미니시리즈부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그는 “HFPA는 이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한발 나아갈 때”라며 “솔직히 이 상을 받은 게 자랑스럽지 않다”고 언급했다.

업계 시선도 좋지 않다. 칸영화제에서 차별을 경험한 넷플릭스를 비롯해 아마존 스튜디오 등 OTT 업체들은 HFPA가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않는 한 함께 일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내년 치러질 제79회 골든글로브 수상식을 독점 방송할 예정이던 미국 NBC도 힘을 보탰다. NBC는 공식성명을 통해 “HFPA가 의미 있는 변혁을 이루려 노력하는 것은 믿는다”면서도 “중대한 변화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HFPA가 진정 변화할 때까지 시간을 주는 의미로 내년 시상식을 방송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성희롱과 인종차별 등 갖은 논란을 달고 다닌 골든글로브는 수상작 선정 기준과 규정으로도 비판을 받아왔다.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뺀 점도 질타를 받았다. 손가락질이 계속되자 HFPA는 지난 3월 시상식 직후 “2022년 회원 수를 최소한 100명으로 늘리고 회원의 13% 이상을 흑인 저널리스트로 구성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인종 간 공평성에 정통한 전문가 자문도 받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런 말이 처음이 아니어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분위기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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