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가 공룡이 번성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일반적으로 포유류의 기원은 공룡이 멸망한 약 6600만년 전으로 여겨져 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자연사박물관(NCMNS)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약 2억8000만년 전의 것으로 추측되는 포유류 뼈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이 뼈가 자신들의 결론처럼 포유류의 것이라면 생물학의 기초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포유류의 기원을 놓고 논쟁을 벌였는데, 화석이 하나 발견될 때마다 연대가 조금씩 바뀌곤 했다.

이번에 분석된 뼈는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발굴됐다. 발견된 화석이 두개골 일부와 등뼈, 갈비뼈, 다리뼈 등 대체로 단편적이어서 정확한 종까지는 특정하지 못했지만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포유로 포식자로 생각된다.

아티스트가 재현한 고르고놉스 동료의 일러스트 <사진=Henry Sutherland Sharpe>

조사에 참여한 NCMNS 크리스천 캐머라 연구원은 "단궁류 동물 고르고놉스의 일종으로 생각되는 이 동물은 약 2억8000만년 전 서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지금껏 발견된 포유류 중에서는 가장 오래전 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학자들은 포유류의 진화가 더 빠른 단계에서 시작됐다고 의심해 왔다"며 "이 화석은 2억7000만~2억8000만년 전의 것으로, 현시점에서 알려져 있는 가장 오래된 고르고놉스의 동료"라고 덧붙였다.

단궁류는 포유류의 조상과 현생 포유류를 포함하는 그룹이다. 고르고놉스는 사지동물로 단궁류의 일종이다. 단궁류와 그 하위 계통인 수궁류의 화석 기록은 양쪽의 계통 관계를 통해 추측할 뿐인데, 새로운 표본은 이런 간극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번에 분석된 고르고놉스 동료의 뼈 일부 <사진=Anna Sole·Institut Catala de Paleontologia Miquel Crusafont>

포유류는 공룡이 멸망한 약 6600만 년 전 출현했다는 것이 정론처럼 받아들여진다. 칙술루브 운석의 충돌로 지구상 생물종의 약 75%가 멸종하고, 조류의 조상을 제외한 공룡도 자취를 감췄는데 겨우 살아남은 포유류가 지구를 지배하게 됐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캐머라 연구원은 "이번 발견은 저위도의 첫 고르고놉스 뼈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지금껏 고르고놉스는 러시아, 남아프리카 같은 고위도에서 발굴됐다"며 "더 중요한 것은 이 표본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르고놉스라는 점이며, 이 부류의 기원이 적도 부근일 가능성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화석이 나온 곳은 판게아의 중앙부에 펼쳐진 고대 범람원이다. 포유류의 조상들과 다른 생물들이 물을 찾아 모이는 곳이었다. 포유류는 현재 서식하는 유일한 단궁류이므로, 이번 연구로 사지를 가진 척추동물의 진화가 얼마나 빨리 시작됐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학계는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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