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외부에 망망하게 펼쳐진 '성간 우주(interstellar space)'는 적막함에 싸여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보이저 1호가 성간 우주에서 끊임없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포착해냈다.

미국 코넬대학의 천문학 연구진은 10일 네이처 애스트로노미 저널을 통해 보이저 1호로부터 수신한 '성간 우주의 잡음'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이저 1호는 1977년 9월 5일 발사돼 2012년 태양권(Heliosphere)을 완전히 벗어났으며, 현재는 지구에서 230억km 떨어진 성간 우주에 진입한 상태다. 임무를 모두 마쳤지만, 아직도 작동이 되는 상태로 지구와의 통신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보이저 1호가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 2017년부터 성간 물질인 확산된 이온화 가스(diffuse ionized gas)의 '플라스마파(plasma waves)'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소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코넬대학의 천문학자 스텔라 코흐 오커는 "소리는 매우 희미하고 단조로운 데, 이는 좁은 주파수 대역폭에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성간 가스의 희미하고 지속적인 윙윙거리는 소리를 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성간 우주가 완전히 비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별의 밝은 빛에 묻혀 희미한 물질을 측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성간 우주에 진입한 최초의 인간이 만든 물체인 보이저 1호는 성간 물질을 직접 샘플링할 기회를 제공한다.

성간 우주에 진입한 보이저 1호의 상상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JPL-Caltech>

보이저 1호는 태양권을 완전히 벗어났지만, 태양의 영향은 아직도 주변 관찰을 어렵게 만들 정도로 여전히 ​​밝고 시끄럽다. 연구진은 "성간 물질이 내는 소리는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 같다"며 "태양풍이 닥치는 경우 천둥이 치는 소리가 들리다가 다시 약한 빗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리고 약한 소리는 성간 물질이 낮은 수준의 활동을 일으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인은 확실치 않지만, 열로 인해 유발된 플라스마의 진동이거나 혹은 전기장에 의해 생성된 플라스마 열잡음으로 여겨지고 있다.

연구진은 이 발견이 몇 가지 의미를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보이저 1호가 더 깊숙한 성간 우주로 이동함에 따라, 잡음은 플라스마의 밀도를 매핑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또 성간 물질의 밀도를 파악, 태양권 밖에서 전자 밀도가 높아지는 이유를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보이저 1호가 계속 신호를 보내는 한 성간 물질의 대규모 구조를 이해하는 데도 유용하다. 코넬대학의 천문학자 샤미 채터지는 "우리는 이제까지 성간 물질을 평가할 기회가 없었다"며 "보이저 1호는 지금도 우주 속을 헤엄치면서 '여기 밀도는 이렇다' '여기는 이렇다'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이저 1호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사성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는 매년 조금씩 성능이 저하, 2025년쯤에는 작동이 멈출 수 있다. 따라서 연구진은 기회가 있을 때 가능한 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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