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통계를 이용해 과학자들이 '사해 문서(Dead Sea Scrolls)'의 필체 감정을 시작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의 히브리어성경 및 고대유대교 교수인 믈라덴 포포비치 등 연구진은 21일 퍼블릭 라이브러리 오브 사이언스 원(PLOS One) 저널을 통해 사해 문서에서 육안으로는 구별하지 못한 필체의 차이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사해 문서는 지난 1947년 이스라엘 예루살렘 인근 사해의 쿰란 지역 11개 동굴에서 발견된 900점에 달하는 종교적인 문서들이다. 기원전 2세기경 작성된 것으로 밝혀진 현존 구약성서 중 가장 오래된 필사본을 포함해 종교 및 역사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문서들로, 발견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이 문서에 작성자의 서명이 들어가 있지 않아, 누가 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작성했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학자들 사이에서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따라서 연구진은 사해 문서 중 하나인 이시야서 두루마리(The Great Isaiah Scroll)를 조사하기 위해 AI와 통계를 동원했다. 보존 상태가 양호한 이 문서는 기원전 125년경 작성된 것으로 길이 7.3m에 폭 26cm에 54줄의 히브리어 텍스트가 적혀있다. 그 중 27열과 28열 사이에는 작은 구분이 있어, 작성자를 두고 이미 논쟁이 벌어졌었다.
연구진은 흐로닝언대학의 인공지능팀과 협업으로 잉크와 종이(또는 가죽)를 구분해내는 알고리즘을 개발, 딥 러닝을 통해 정교화했다. 또 시각적인 분석을 위해 앞부분의 27열과 뒷 부분의 27열에서 히브리어 철자의 표준 버전을 만들어 둘을 비교했다.
그 결과 두루마리 작성자는 두 명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문제의 부분에서 작성자가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포포비치 교수는 "인간의 눈으로는 구분할 수 없는 필체의 미묘한 차이를 발견했다"며 "이는 고대 작성자들이 '팀'으로 일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 교수인 램버트 쇼메이커도 "잉크 흔적은 사람의 근육 움직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다른 두루마리도 조사할 계획이며, 이는 사해 문서를 쓴 집단의 정체를 밝히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포포비치 교수는 "우리는 사해 문서 작성자 분석에 대한 문을 연 셈"이라며 "이번 연구는 사해 문서 뒤에 숨겨져 있는 모든 작성자들을 연구할 가능성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