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나 과일을 이용해 콘크리트보다 훨씬 단단한 건축자재를 만드는 놀라운 공법이 개발됐다. 학계는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음식물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 도쿄대학교 사카이 유야 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채소나 과일만을 이용해 엄청난 강도를 지닌 다용도 신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일본에서만 연간 1900만t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찾던 중 채소와 과일만으로 콘크리트보다 강한 신소재를 만들어냈다.
해당 소재는 순수 식물성 원료로만 완성된다. 첨가물이 거의 없어 들어가는 과일 및 채소의 색상이 소재에 그대로 적용된다. 버려지는 바나나 껍질만으로 완성된 소재는 예쁜 노란색을 띠는 식이다.
이 소재는 나무를 분쇄한 가루로 건축자재를 만드는 기존 공법을 응용했다. 양배추나 고추, 당근, 사과, 오렌지, 양파 등을 동결건조, 분쇄한 뒤 열압축성형과정을 거치면 완성된다.
신소재를 뽑아내는 제조공정은 아주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하다. 원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압축성형 온도는 100℃ 전후, 필요한 압력은 20MPa(메가파스칼)가량으로 다른 소재보다 훨씬 낮다.
그럼에도 완성된 신소재의 굽힘강도는 18MPa로 콘크리트(4MPa)와 비교해 무려 4.5배나 높다. 굽힘강도란 굽힘 하중에 대한 변형저항으로 지진 등에 건축소재가 얼마나 견디는지 보여주는 주요 지표다. 흔히 건축물들은 굽힘과 비틀림, 인장강도가 중요시된다.
엄청난 굽힘강도를 얻게 된 비결은 채소와 과일이 많이 함유한 당분이다. 사카이 유야 교수는 “성형 과정에서 식물의 당분이 자연스럽게 녹아 분쇄된 알갱이들 사이를 빈틈없이 메워준다”며 “완전한 식물소재이면서도 콘크리트의 4배 넘는 굽힘강도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교수는 “해당 소재는 실제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대용으로 사용할 만큼 충분한 강도를 가지고 있다”며 “목재용 방수 처리를 거치면 물기에 많이 노출되는 벽체나 지붕에도 얼마든 쓰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 소재의 가장 큰 장점으로 건축자재로 만든 뒤에도 폐기가 쉽다는 점을 꼽았다. 사카이 유야 교수는 “100% 식물소재인 덕에 허물어진 벽체 조각을 먹어도 인체에 해가 없다”며 “어떤 소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친환경성이 가장 큰 메리트”라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