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본인에게만 들리는 ‘이명’은 세계 인구의 20%가량이 일상적으로 겪는 병이다. 날카로운 금속음부터 전자파, 꿀벌의 날개소리 등 유형이 다양한 이명은 설명하기 어렵고 치료법도 뚜렷하지 않아 자칫 우울증까지 유발하는 고통스러운 병이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연구팀은 17일 발표한 논문에서 이명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연구팀은 무음으로 뇌 속 혈류를 관찰하는 기능적근적외선분광기법(fNIRS)을 색다른 측면에서 활용해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fNIRS는 가시광선에 가까운 800∼3000나노미터(㎚) 파장의 근적외광(NIR)을 유기화합물에 쬐어 얻는 흡광 스펙트럼을 통해 특정 물질의 이화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fNIRS를 이용한 그간의 이명 연구가 대부분 청각피질의 혈류 증가에 주목한 점에서 탈피했다. 이명은 내이의 이상 때문에 들리는 경우도 있지만 신경세포의 발화나 결합의 변화 때문에 뇌 안에서만 울리는 경우도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명은 청각뿐 아니라 다른 감각에도 악영향을 주고 우울증까지 유발하는 병이다. <사진=pixabay>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이명 환자 25명과 건강한 대조군 21명을 대상으로 실험에 나섰다. 이명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측두엽과 전두엽, 후두엽을 fNIRS로 검사하고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해 해당 데이터와 이명의 크기·불쾌함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이명 환자에게만 뇌 측두와 전두, 후두 영역 간에 강한 접속성 변화가 관찰됐다. 이 알고리즘을 대입한 결과 fNIRS는 78% 확률로 이명 유무를 정확하게 판단했다. 이명의 중증도를 맞힌 확률도 87%나 됐다.

연구팀은 이명이 우리 뇌의 다른 감각이나 정보 처리에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실험 관계자는 “이번 연구에서는 이명 중증도가 심한 환자가 높은 확률로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앓고 있으며 지각되는 소리의 강도와 스트레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명은 음성신호뿐 아니라 그 밖의 감각정보 처리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이명은 어떤 사람이 세상에서 체험하는 모든 것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를 토대로 보다 올바르고 정확한 이명 진단과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18일 국제학술지 'PLOS ONE'에도 소개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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