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부족으로 코로나19 치료를 거부당한 임산부가 자택에서 사산한 소식을 전하던 일본 아나운서가 오열했다. 사실상 일본의 의료체계가 붕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고열이 난 스기타 가즈히로 관방부장관은 곧바로 입원해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후지TV 에나미 다이지로(36) 아나운서는 19일 ‘라이브 뉴스 잇!(Live News It!)’ 진행 중 코로나에 감염된 임산부가 입원을 거절당한 뒤 자택에서 조산, 결국 아기를 잃은 소식을 전하며 오열했다.
“임신 8개월이라면 아기도 어느 정도 자랐을 텐데”라고 멘트하던 에나미 아나운서는 감정이 복받친 듯 울음을 터뜨렸다. “죄송하다”고 말한 뒤 다시 보도를 이어가던 에나미 아나운서는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면 살았을 것”이라고 쥐어짜는 듯 언급하고 다시 울먹였다.
에나미 아나운서는 동석한 NHK 출신 방송인 야나기사와 히데오(68)가 관련 설명을 이어가는 사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흐느꼈다. 통곡 수준으로 눈물을 쏟은 에나미 아나운서는 “제대로 된 감염 대책은 병상 확보”라는 멘트로 겨우 뉴스를 마무리했다.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의료붕괴 탓에 세상 빛도 못 보고 떠난 아이가 안 됐다고 공감했다. 방송 아나운서로서 눈물을 보이는 건 프로답지 못하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심정을 이해한다는 시청자도 많았다.
같은 날 요미우리 등 현지 언론들은 스기타 카즈히로(80) 관방 부장관이 발열 등 증상으로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관계자들은 “어디까지나 검사를 위한 입원”이라며 코로나 감염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병상이 모자라는 상황에도 상류층은 곧바로 입원할 수 있다는 비아냥이 이어졌다.
일본은 연일 증가하는 코로나19 감염자 탓에 중증 이하의 환자는 자택대기를 강제하는 상황이다. 30대 등 젊은 층이 자택 대기 중 급격한 증상 악화로 숨지는 사례가 늘면서 일본 사회에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