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특정 유전자를 이용해 작물을 거대화하는 실험이 중국에서 성공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식량부족 사태를 해결할 획기적인 방법이라는 반응 한편에는 유전자 조작에 의한 작물이므로 안전성 면에서 취약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중국 베이징대학교 연구팀은 인간의 성장 촉진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이식해 농작물의 크기 자체를 키우는 실험이 최근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식량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농작물 수확량을 늘리는 대신 작물 크기를 키우는 방법에 주목했다. 곡물 자체를 크게 만들면 농지 면적을 늘리지 않아도 되고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대학교 연구팀은 일명 비만 유전자로 알려진 FTO 유전자를 실험에 동원했다. FTO 유전자는 인간의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 생성에 관여한다. 이를 식물에 이식해 작물의 크기를 불릴 수 있다는 게 연구팀 가설이었다.

비만 유전자를 이식해 쌀 크기를 3배로 늘리는 실험이 성공했다. 사진은 일반 벼 <사진=pixabay>

이 방법을 동원한 작물들은 일반 품종에 비해 크게 자라났다. 감자는 한눈에도 2배는 돼 보였고 벼에 맺힌 쌀알은 일반보다 3배 컸다. FTO 유전자를 이식한 작물은 뿌리가 보다 길게 뻗어났고 광합성이 늘어 성장 속도가 빨랐다. 가뭄에도 보다 잘 버텼다.

FTO 단백질은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성장을 제어하며 지방이나 비만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비만 유전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연구팀은 식물에는 FTO 유전자가 없다는 점에 착안, 이를 이식하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실험을 기획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FTO 유전자를 주입할 경우 작물의 생리기능 파괴 등 다양한 부작용이 예상됐는데, 놀랍게도 별 영향 없이 작물을 크게 만들었다”며 “벼 이삭 크기가 3배가 됐다는 것은 같은 양의 모를 심더라도 수확량이 3배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작물의 크기를 키우는 것은 생산량을 늘리는 것보다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며 “작물 사이즈만 늘리면 기존 농지 면적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인력이나 물자도 보다 적게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특히 “농작물 재배를 늘리면 농업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역시 급격하게 불어난다”며 “농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10~20%를 차지하는 만큼 작물의 크기를 늘리는 방법은 기존 농업에 비해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했다.

FTO 유전자를 이식한 감자(사진 위 오른쪽). 벼는 맨 오른쪽이 FTO 유전자 이식 품종이다. 사진 속 하얀색 바는 4인치(10.16㎝)다. <사진=베이징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식량부족 현상은 오래전부터 학계가 경고할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자연재해나 전염병 등의 영향에도 세계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제연합(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오는 2050년 세계 인구는 97억명에 이르며 이 무렵 식량 부족 사태는 여러 나라에서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된다.

다만 이번 실험 결과를 농업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연구팀 역시 실험 내용 그대로 모든 작물의 크기가 커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식물은 외부 공격이나 질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 내성을  키우는 등 상황에 따라 성장 우선순위를 조절한다. 이러한 요인 때문에 비만 유전자가 주입된 작물의 최종 생산량을 예측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연구팀 관계자는 “FTO 유전자를 이식한 작물의 거대화 실험은 이제 막 시작 단계”라며 “인간의 단백질을 이용한 작물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안전성 평가를 포함해 아직 들여다봐야 할 내용이 많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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