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에 등장하는 냉동수면을 실현할 중요한 힌트가 극지방 물고기에 숨어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워릭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통해 얼린 생물의 장기를 보존하고 완벽하게 해동하는 답을 극지방 물고기가 갖고 있을지 모른다고 발표했다.

냉동수면은 사람 등 생물을 얼려 정해진 기간 동안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나중에 의학이 발달하면 되살리기 위해 불치병 환자를 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F 영화 속 냉동수면은 지구로부터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행성을 여행하기 위해 동원된다. 

‘인터스텔라’에서 만 박사(맷 데이먼)가 냉동수면 중 깨어나는 장면은 현재 과학기술로는 구현하지 못한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에는 냉동수면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있지만 이들도 얼린 사람을 해동해 살려내는 기술은 갖고 있지 않다.  

스스로 냉동수면에 들어갔다 동료들에 의해 깨어나는 만 박사 <사진=영화 '인터스텔라' 스틸>

지금의 기술로 냉동수면한 사람을 되살리지 못하는 것은 세포의 보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70%가량이 수분으로 이뤄진 사람의 몸이 얼면 부피가 팽창하면서 세포막 손상이 불가피하다. 탱탱한 과일을 얼렸다 녹이면 흐물흐물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얼음 결정은 단백질을 뭉치게 하고 인체 각 조직을 연결하는 구조 역시 얼렸다 해동하면 약화된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할 항동결제, 즉 부동액을 극지방 물고기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극지방의 차디찬 바다속에 사는 물고기나 미생물은 몸이 얼기 시작하면 이를 알아차리고 얼음에 결합하는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며 “이것이 천연 부동액으로 작용해 인간이 견딜 수 없는 혹한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극지방 물고기들의 체내 항동결제를 재현하기 위해 연구팀은 인공 합성 폴리머를 떠올렸다. 이를 이용해 얼음에 결합되는 단백질을 개발했다. 수많은 모노머(단량체)로 구성된 합성 폴리머는 용도에 따라 구성을 변경하기도 쉽다. 

인공 항동결제를 실제 골수 줄기세포에 실험한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인체에 이식되는 골수 줄기세포는 수송을 위해 동결된다. 세포 파괴를 막기 위해 용제를 동원하는데 독성 탓에 세포 일부의 손상은 불가피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항동결제를 골수 줄기세포 냉각 시 첨가한 결과 세포 손실이 눈에 띄게 줄었다.

현재 과학기술로는 SF 영화 속 냉동수면을 실현할 수 없다. <사진=영화 '인터스텔라' 스틸>

연구팀은 현재 개발된 항동결제를 실제 냉동수면에 이용하기는 이르지만 생물학적 치료제 보존에는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심각한 관절염이나 암에 대응하는 최신 약제들은 단백질로 만들어진다. 이런 단백질 치료제들은 일반 약처럼 상온에서 아무렇게나 보관할 수 없다.

실험 관계자는 “최근 각광받는 ‘CAR-T세포 치료법’은 기증자 세포를 채취해 처리하고 동결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얼릴 때 물고기 체내 단백질을 응용하면 세포 손실을 보다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심장은 하나로 보여도 구성하는 조직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으로 동결해야 할 만큼 아주 복잡하다”며 “향후 연구개발을 거쳐 완벽한 항동결제가 완성되면 사람의 조직이나 몸 전체를 냉동보존했다 되살리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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