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생명력으로 유명한 곰벌레가 극히 짧은 다리로도 개미 같은 절지동물의 걸음걸이를 보여주는 비결은 '갤러핑(galloping)'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록펠러대학교 기계생물학(mechanobiology) 연구팀은 지난 8월 31일 공개한 논문을 통해 완보동물의 일종인 곰벌레가 갤러핑 스탭을 이용해 절지동물과 같은 구조로 걷는다고 밝혔다.

국제학술지 PNAS에도 공개된 이 논문에서 연구팀은 곰벌레가 완보동물의 특성상 아주 천천히 걷지만 보행 형태만큼은 거미나 개미처럼 기계적이고 아주 경쾌하다고 설명했다.

엄청난 생존력으로 유명한 곰벌레 <사진=pixabay>

절지동물은 말 그대로 다리가 마디 구조로 된 곤충 등을 뜻한다. 지구상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데 곤충이 약 80%를 차지한다. 신체는 대개 머리와 가슴, 배 구조이며 가슴에 다리가 달려있다. 대부분의 절지곤충은 다리 세 쌍과 날개 두 쌍을 갖는다.

곰벌레는 0.3~1㎜의 극히 작은 몸집에 한층 작은 다리 8개를 가졌다. 극히 땅딸막한 이 다리들은 부드러운 통 같은 몸통 아래쪽에 2열로 나란히 배열돼 있다.

연구팀은 곰벌레의 걸음걸이를 중점 관찰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①곰벌레는 있으나마나해 보이는 다리를 이용해 아주 잘 걷는다.
②곰벌레의 걸음걸이는 아주 규칙적이며 훨씬 큰 절지동물과 패턴이 비슷하다.
③유리 등 매끈한 표면 위에 놓으면 좀처럼 걷지 못한다.

겔 위를 절지동물처럼 걷는 곰벌레① <사진=PNAS 공식 홈페이지>
겔 위를 절지동물처럼 걷는 곰벌레② <사진=PNAS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곰벌레가 걸을 때 ‘갤러핑’ 스탭을 구사한다는 사실이다. 스포츠댄스 용어이기도 한 ‘갤러핑’은 한쪽 발을 앞으로 내딛는 동시에 뒤에 위치한 발을 경쾌하게 따라 붙이며 체중을 이동하는 동작이다.

실험 관계자는 “곰벌레를 부드러운 겔 위를 놓고 걷게 했더니 뚜렷한 ‘갤러핑’ 스탭이 관찰됐다”며 “이는 유동성이 있거나 알갱이로 들어찬 표면을 이동할 때 절지동물이 보여주는 걸음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갤러핑에 능한 절지동물들은 유리나 매끄러운 돌 위에서는 잘 걷지 못한다”며 “반질반질한 유리판 위에 곰벌레를 올려놓았더니 절지동물처럼 잘 움직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유리판 위에서는 전혀 걷지 못하는 곰벌레 <사진=PNAS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완보동물인 곰벌레가 계통이 완전히 다른 절지동물의 걸음걸이를 가진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다. 100만 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곤충 중 절지동물은 무려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비해 완보동물은 약 1000여종이 알려져 있고 그나마 170여종은 해산물이다.

SF영화에서 튀어나온 듯 독특한 외형으로 유명한 곰벌레는 삶거나 얼려도 살아남으며 수분이 없어도 몸을 돌돌 마는 일명 ‘턴(tun)’이라는 탈수가사 상태로 10년을 버틸 수 있다. 극지방을 포함해 사실상 지구 전 지역에 생존하며  우주환경 조사를 위해 종종 지구 밖으로 보내지기도 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