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전시극모판제작규범(電視劇母版制作規範)’이 오는 4월 전면 시행된다. 드라마 편성 회수를 제한한 일명 ‘한장령(限長令)’에 이어 회당 방송 시간까지 정부가 규격화하면서 드라마 제작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가광파전시총국은 29일 공식 웨이보를 통해 드라마 작품 편당 길이 등을 제한하는 ‘전시극모판제작규범’을 4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광전총국이 지난해 12월 22일 각 방송국에 시행 예고한 ‘전시극모판제작규범’은 장르를 불문한 드라마들의 규격 표준화를 위해 마련됐다. 이를 통해 대중 친화적인 통일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광고 끼워 넣기 등  방송가 병폐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광전총국 입장이다.

편당 길이가 20~30분으로 짧은 아이치이 웹드라마 '미무극장' <사진=아이치이>

새 규범이 적용되면 드라마 편당 방영 시간은 40분 내외(41분 이하 금지)로 정해진다. 이전 줄거리 및 예고편은 각각 30초 이하로 제한된다. 오프닝은 1분30초, 엔딩은 3분을 넘어서는 안 된다.

방송 후 화면에 흐르는 엔드크레딧도 개편된다. 배우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순서에 따른 ‘서열 논란’을 없애기 위해 순서나 기술 방식, 표시 위치 등이 세세하게 조정된다. 중국인이 아닌 배우나 스태프는 반드시 출신 국가를 병기하도록 했다.

광전총국은 “드라마의 기술적 통일화,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새 규범의 시행 목적”이라며 “줄거리와 예고편에만 몇 분을 할애해 방송 시간을 부풀리는 등 시청자들을 우롱한 일부 드라마들은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오리잉(조려영)과 샤오양(초앙), 둥쯔젠(동자건) 주연 드라마 '수시흉수' <사진=아이치이>

방송 제작자들 반응은 마뜩잖다. 줄거리와 예고편 제한은 납득할 수 있으나 드라마 편당 시간을 규격화하면 장르별 특성을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0~30분가량의 짧은 드라마들이 각광받는 영상 소비 트렌드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우려대로 ‘전시극모판제작규범’은 편당 최대 30분 이내의 웹드라마 제작 환경부터 바꿔놓을 전망이다. 이야기 진행에 맞춰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등으로 편당 시간이 유동적이던 일부 드라마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0년 초 드라마 하나의 편성을 40회 이내로 제한하는 일명 ‘한장령(限長令)’을 도입해 논란이 됐다. 그해 8월에는 사극 제작을 제한하는 ‘한고령(限古令)’, 대만 배우들의 출연을 막는 ‘한대령(限臺令)’, 외국 국적 배우를 배척하는 ‘한적령(限籍令)’을 연달아 발표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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