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광량에 따라 크기가 변한다는 동공에 대한 과학계 정설이 흔들렸다. 의지에 따라 동공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남성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8월 말 국제 정신생리학 저널을 통해 후천적 노력 등에 따라 일부 인간이 동공의 크기를 임의로 조절할 수도 있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동공은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눈 홍채 안쪽 중앙의 빈 공간이다. 주변 환경에 따라 눈 속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기 위해 크기가 시시각각 변화한다.

카메라 렌즈와 같은 이런 동작은 홍채의 동공산대근과 동공괄약근에 의한 것이다. 어두운 방에 들어가면 동공산대근이 수축되면서 동공은 빛을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 확장된다. 밝은 곳으로 나가면 빛의 양을 줄이려 동공괄약근이 수축되면서 동공이 작아진다. 동공의 크기는 흥분이나 스트레스 등 심리상태에도 영향을 받는다.

연구팀이 최근 관찰한 독일 울름대학교 학생은 동공에 관한 정설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일부러 위트레흐트 대학교 연구팀과 접촉한 D.W라는 학생은 자신의 동공을 연구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주변 광량에 따라 크기가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진 동공 <사진=pixabay>

연구팀 측정 결과 D.W는 동공 크기를 0.8~2.4㎜ 자의로 움직일 수 있었다. 눈앞에 펜을 갖다 대면서 막 흐려지지 시작하는 위치에서 동공 크기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경우 가까운 물체를 2배 선명하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D.W가 이런 능력을 인지한 것은 10대 중반이었다. 15세 때 친구들에게 동공 크기를 마음대로 움직이는 걸 처음 보여줬다. 이 무렵 게임에 빠지면서 D.W의 희한한 능력은 한층 발달했다. 사물의 앞뒤에 초점을 맞춰 동공 확장 및 축소를 연습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게임 화면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들을 통해 일종의 트레이닝을 거듭한 결과다.

동공 조절능력의 미스터리를 캐기 위해 연구팀은 D.W의 피부에 전압을 가해 전기적 특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동공 크기 조절에 어떤 간접적인 힘이 작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D.W의 뇌를 검사했다. D.W가 동공 크기를 조절할 때 자발적으로 무엇인가 결정하고 행동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됐다.

게임 등으로 동공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도 있다는 가설이 세워졌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사람의 동공 크기가 변화할 때 자발적 의지를 관장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지는 않는다”며 “다만 현재로서는 D.W가 직접 동공을 조종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연구팀은 D.W가 자의에 따라 동공을 마음대로 조절한다고는 결론 내리지 않았다. 적어도 D.W의 동공이 일반인들처럼 주변 환경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했다.

연구팀은 일부 사람들이 D.W처럼 동공 크기를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런 사람들을 모아 그룹 특성을 면밀히 살펴보면 동공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방법도 고안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람의 눈, 특히 동공은 과학계에서 여전히 들여다볼 부분이 많은 분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동공이 클수록 지능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빛의 양에 따라 크기가 변하는 동공이 지능이나 기억력, 통제력의 수준을 나타낸다는 주장은 과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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