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각국의 화성 탐사가 속도를 내면서 인류의 화성 이주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화성에서 눈을 감으면 좋겠다는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49)의 꿈이 언제 실현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화성이 제2의 지구가 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미국 웨스턴캐롤라이나대학교 법의학 연구팀은 지난달 말 논문을 통해 인류의 화성 이주가 실현됐을 때 정착민이 사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지구와 어떻게 다른 처리 방법이 동원될지 고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소원을 이루더라도 지구에서처럼 경건한 장례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구와 환경이 전혀 다른 화성에서는 시신이 부패하지 않는 데다 혹시라도 시신을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하게 될지 몰라서다.

지구에서 사람이 죽으면 시신은 차가워지고(사냉) 중력에 의해 혈액이 쌓이며(시반) 근육은 경직되고 굳어진다(사후경직). 체내 효소의 작용으로 세포가 분해(자기융해)되고, 음식물 소화를 돕던 세균들에 의해 썩기 시작된다(부패). 시신이 변색되거나 부풀어 오르는 것은 자기융해와 부패의 영향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이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화성 <사진=pixabay>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시신의 부패는 온도와 세균이 핵심이다. 대사에 의해 시신이 분해되려면 적절한 온도가 필요하고 매장했을 때 곤충이나 세균이 활동하는 데도 온도가 필수다.

화성의 온도는 시신이 부패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화성의 평균 기온은 영하 63℃다. 게다가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는 화성 지표에는 물이 없을 확률이 높다. 즉 화성에 이주한 인간이 사망하면 시신은 곧장 얼고 건조된다.

세균 활동 역시 지구와 달리 크게 제한된다. 인체가 부패할 때 작용하는 세균은 대부분 호기성, 즉 산소를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화성에는 산소가 없어 혐기성 세균밖에 활동할 수 없으므로 시신이 부패하기 적절하지 않다. 온도가 낮고 물까지 없다 보니 미라화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 관계자는 “화성에서 사람이 죽을 경우 시냉과 시반, 사후경직까지는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시신의 부패는 거의 진행되지 않고 영하 63℃의 혹독한 추위에 얼어붙고 건조해 마지막에는 완벽한 미라만 남는다”고 설명했다.

영화 '마션'은 화성에서 자원이 얼마나 귀중한 지 잘 묘사했다. <사진=영화 '마션' 스틸>

때문에 연구팀은 미라로 변화한 시신을 땅에 묻어도 오래도록 부패하지 않고 남아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장례의 의미가 퇴색한다고 지적했다. 화성의 토지 재사용이 불가능하다고 가정할 때 묘지를 만들더라도 상당히 계획적이어야 한다.

화장을 하기도 어렵다. 시신을 500℃ 이상 고온으로 몇 시간 태워야 하는데 화성은 자원이 극히 한정된 곳이므로 시신 처리를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캡슐에 시신을 담아 지구까지 운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화장이 가능하더라도 바이오매스(생물로부터 얻는 재생 가능한 자원)가 상실된다는 단점이 있다”며 “지구의 시신 부패 과정 자체가 인체 바이오매스를 환경으로 돌려보내는 완벽한 재활용인데, 자원이 부족한 화성의 경우 이런 바이오매스를 적극 이용해야 할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화성에서 사람이 죽는다면 자원의 중요성 탓에 퇴비장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사진='recompose' 공식홈페이지>

즉 향후 화성 이주민이 사망한다면 지구와 비슷한 온도로 관리된 방에 안치하고 부패시켜 비료나 흙으로 재활용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다. 유족 입장에선 친환경 장례 수단인 수장(water cremation)이나 빙장(promession)만큼이나 비윤리적으로 여겨지겠지만, 이런 퇴비장(human composting)은 이미 미국의 일부 주에서 승인을 받아 시행되고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지구에서 화성으로 곤충이나 균류를 옮겨가 시신을 분해, 최종적으로는 비료나 흙으로 만들어 재이용하는 방법이 실제 고안되고 있다”며 “혐기성 세균의 적응 진화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 아무래도 화성의 장례는 지구의 퇴비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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