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정부가 드라마 속 왜색 색출에 혈안이 되면서 대형 프로젝트 ‘청잠행’이 또 위기를 맞았다. 주연 배우 크리스(우이판, 32)의 미성년자 성폭행 사태 뒤 컴퓨터그래픽(CG)을 동원, 주인공을 바꾸며 간신히 부활을 노렸으나 이번엔 작품 속 일본색이 발목을 잡았다.
크리스와 양쯔(양자, 30)가 공연한 판타지 사극 ‘청잠행’은 무려 5억 위안(약 910억원)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지난해 여름 크리스가 다수의 미성년자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되며 폐기처분될 뻔했으나 지난 3월 새 주인공을 CG로 합성해 재촬영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시청자들이 반색했다.
다만 이달 4일 중국 국가광파전시총국은 20여 제작사 및 방송사 대표를 불러 회의를 갖고 사극 제작 시 중화문화의 올바른 계승을 강조했다. 극중 인물이나 의상, 대사, 소품 등 모든 요소를 통해 중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일본색 등 외국 색깔을 철저히 배제할 것을 지시했다.
광전총국의 조치는 빠르고 무서웠다. 회의로부터 불과 6일 뒤인 지난 10일 동영상 사이트 유쿠(YOUKU)에서 최근 왜색 논란이 일었던 드라마 ‘아규류금봉’이 싹 지워졌다. 지난 5일 아이치이를 통해 방송을 시작한 우레이(오뢰, 23), 짜오루스(조로사, 24) 주연 사극 ‘성한찬란’은 일본색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부랴부랴 CG 작업에 나섰다. ‘성한찬란’은 배우의 의상 매듭이 일본 유카타와 비슷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청잠행’의 경우 캐릭터들이 쓴 관이 관례를 올린 남자가 쓰는 일본 전통 모자 에보시 또는 전국시대 관료들이 착용한 스이에이와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잠행’ 마니아들은 일본의 옛 복식이 당나라 초 전래된 것이 많아 당연한 고증이라고 반박했지만 왜색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2021년 여름 텐센트를 통해 방송하려던 60부 대작 ‘청잠행’은 지난 6월 중순 대역을 투입한 촬영이 모두 끝났고 후반작업 역시 마무리됐다는 루머가 퍼졌다. 1년여 만에 팬들과 만날지 몰랐던 ‘청잠행’은 광전총국의 서슬 퍼런 왜색 잡기에 사실상 방송을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