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높이에 관해 잘 알지만 폭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진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동체라고 부를 만큼 좁은 곳을 귀신같이 빠져나가는 고양이가 가끔 걸리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추측했다.

헝가리 외트뵈시로란드대학교 동물학자 페테르 콩그라츠 교수는 23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교수의 실험 내용은 이달 17일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먼저 소개됐다.

개와 고양이 애호가이기도 한 페테르 교수는 고양이가 이따금 좁은 틈을 빠져나가다 걸리는 상황에 주목했다. 고양이는 유연성이 상당히 뛰어난 동물로, 유체역학 상 액체에 가깝다는 점을 증명한 학자가 이그노벨상을 타기도 했다.

페테르 교수는 고양이가 자신의 몸집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키우는 고양이 여러 마리를 무작위로 모집한 연구팀은 네모난 작은 구멍이 뚫린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 고양이, 반대편에 주인을 대기시켰다. 주인은 간식 등으로 고양이를 유도, 구멍을 통과해 오도록 했다.

고양이는 높이는 제대로 인식하지만 폭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실험을 반복하면서 구멍의 높이나 폭을 조금씩 줄여 고양이가 어느 수준까지 유연성을 발휘하는지 관찰했다. 구멍이 상당히 작아지자 고양이들은 통과하지 못하고 걸려 반대편 주인의 간식을 얻어먹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고양이가 구멍의 높이에 관해서는 완전히 파악하고 있지만, 폭에 관해서는 무관심한 것을 알아냈다. 페테르 교수는 "동물 중에는 자신의 몸집을 제대로 인식하는 종이 있다. 개는 통로의 폭을 보고 통과 여부를 곧바로 판단한다. 이는 자신의 몸 크기를 알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험에서 관찰한 고양이의 행동으로부터 밝혀진 의외의 사실은, 고양이는 구멍의 높이에 민감하지만 폭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며 "구멍 높이가 키보다 낮을 경우, 폭을 고려하면 충분히 빠져나갈 구멍인데도 고양이들은 우회했다"고 덧붙였다.

고양이의 유연성은 워낙 잘 알려져 있다. <사진=pixabay>

즉 고양이가 이따금 몸이 끼어 구조대가 출동하는 것은 구멍의 높이만 보고 무모하게 뚫고 나가려 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고양이의 이런 경향은 키가 큰 개체일수록 강했다.

페테르 교수는 "동물은 각자의 환경에 적합한 자기 인식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개의 경우 진작에 실험을 통해 알아낸 사실이지만, 고양이는 환경 변화에 민감하고 비협조적이라 관련 연구가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교수는 "자기 인식 능력은 인간이라고 해서 최고 수준인 것은 아니다. 동물들은 저마다 처한 환경에 적합한 자기 인식 능력을 발달시켜 왔다"며 "고양이의 조상은 좁은 공간으로 파고들어 사냥감이 오기까지 매복했다. 고양이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된 후에도 이런 신체 감각을 버리지 않은 모양"이라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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