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1년 지구의 온도를 끌어내린 수수께끼의 화산이 학자들의 노력으로 특정됐다. 대량의 재와 연기를 뿜어내 지구를 냉각시킨 화산은 쿠릴 열도 시무시르 섬의 자바라츠키 화산으로 확인됐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연구팀은 9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팀은 1831년 대분화를 일으켜 지구 북반구 하늘을 어둡게 해 기온 하강을 부른 화산이 자바라츠키라는 입장이다.
시무시르 섬은 면적 약 230㎢의 무인도다. 원래 러시아 제국 영토였으나 187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조약이 체결되면서 일본 땅이 됐다가 1945년 구소련 소유가 됐다. 섬의 중앙에는 해발 620m의 자바리츠키 화산이 자리한다. 이곳에는 화산 폭발로 인한 광활한 칼데라호(화산호수)가 조성돼 있다.

조사를 이끈 화산학자 윌리엄 허치슨 박사는 "그린란드 빙상에 갇혀 있던 화산재를 분석한 결과 1831년 분화해 인류를 기근으로 몰아넣은 대분화는 시무시르 섬의 자바리츠키 화산에서 벌어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박사는 "그린란드의 빙하 중심부로부터 채취한 화산재와 시무시르 섬 자바리츠키 화산의 칼데라호 샘플의 화학 조성을 비교하자 놀랍게도 일치했다"며 "일본, 러시아 학자들의 도움으로 오랫동안 진행된 연구 끝에 약 200년 전 벌어진 대분화의 원인을 알아냈다"고 덧붙였다.
현재 지구 규모의 지질활동은 세계 각지에 배치된 지진관측소나 저궤도를 도는 지구 관측 위성 등을 통해 자세히 알 수 있다. 다만 이런 장비가 없던 1831년에는 자세한 화산 관측은 꿈도 못 꿨다.

윌리엄 허치슨 박사는 "1831~1833년 한랭화는 필리핀 바부얀 섬의 화산 폭발이 원인이라는 설이 유력했으나 2018년 사화산으로 드러났다"며 "한때 지중해 그레이엄 섬 화산이 지목됐지만 우리의 이전 연구에서 1831년 분화와 무관함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린란드 빙하 중심의 미세한 화산유리 조각과 자바리츠키 화산 칼데라에서 가장 최근 일어난 플리니식 분화의 화산쇄설류 성분이 완전히 같았다"며 "참고로 폼페이 최후의 날을 야기한 베수비오 화산 분화도 자바리츠키와 비슷한 유형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자바리츠키 화산의 칼데라호는 1831년 대폭발로 생긴 것으로 추측했다. 당시 분화로 뿜어져 나온 연기와 재로 인해 지구의 기온은 1℃가량 떨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1991년 일어난 20세기 최대의 육상 화산 폭발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분화와 맞먹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