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데어데블’과 영화 ‘퍼시픽 림: 업라이징’으로 유명한 미국 각본가 겸 프로듀서 스티븐 디나이트(57)가 마블 코믹스 편집장 체스터 B.세블스키(50)를 공개 저격했다. 과거 일본인 작가 행세를 한 그가 여전히 업계에 붙어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스티븐 디나이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경력을 날조하고 가공된 작가를 통해 작품까지 생산한 체스터 세블스키가 업계를 떠나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편집장 사퇴를 요구하며 마블에 사직서를 낸 스티븐 디나이트는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속여 작품을 만들었던 자가 마블 코믹스 편집장을 4년째 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며 “세블스키가 제 발로 회사를 나가기 전까지 마블과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가공한 일본인 작가를 내세워 작품을 만들었던 체스터 세블스키 <사진=체스터 세블스키 인스타그램>

2017년 마블 코믹스 편집장 자리에 앉은 체스터 세블스키는 지난 2004~2005년 아키라 요시다라는 일본인 작가를 가공했다. 그는 이 필명으로 마블은 물론 다른 코믹스 작품을 집필했다. 당시 세블스키는 아키라를 아주 공들여 창조했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 마블 코믹스 직원과 식사 자리도 마련했다. 이 자리에 아키라 역으로 참석한 사람은 일본인 통역사였다.

코믹스 작가가 필명을 사용하는 것은 업계에서 흔한 일이다. 다만 편집장이 지위를 이용해 코믹스 작가와 결탁하는 등 부작용이 적잖다. 마블은 세블스키가 아키라를 창조해 작품활동을 한 사실이 발각된 뒤 편집장이 필명을 만들어 활동하지 못하도록 금지 조항을 만들었다. 

세블스키의 사퇴를 요구하며 마블에 사직서를 낸 각본가 스티븐 디나이트 <사진=스티븐 디나이트 트위터>

과거 마블 코믹스 편집장이던 조 케사다(59)에 따르면 세블스키는 일본어가 유창하고 현지 문화에도 밝은 데다 일본인 작가들과도 파이프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세블스키는 과거 가족과 일본에 살았고 홍콩에서 일하며 아시아 문화에 밝다.

할리우드의 유능한 제작자인 스티븐 디나이트가 체스터 세블스키의 과거를 다시 비판하면서 관련 논란도 재점화됐다. 일부는 코믹스 편집자들이 세블스키처럼 필명을 쓰며 작가를 겸업하는 사례가 더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티븐 디나이트가 작가로 참여할 예정이던 마블 코믹스의 '웨이스트랜더' <사진=마블 코믹스 공식 홈페이지>

한 업계 관계자는 “마블을 포함한 미국 만화 업계는 현재 성소수자 등 다양성을 의식한 작품과 작가 기용에 적극적”이라며 “편집장이라는 주요 직책을 가진 백인 남성이 오로지 커리어를 위해 업계 약자인 아시아인 남성으로 위장한 것은 사실 범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디나이트는 12월부터 연재를 시작하는 마블 코믹스 ‘웨이스트랜더(Wastelanders)’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가 트위터를 통해 세블스키의 과거를 직격하면서 마블의 대응에 관심이 쏠렸으나 내부에서는 이미 끝난 일로 보고 별도 처분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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