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시대 난파선에서 대량의 암포라(amphora)가 발견됐다. 암포라는 신석기시대부터 인류가 만든 항아리로 세로로 길쭉하고 가운데가 불룩한 것이 특징이다.
스페인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온라인 논문 열람 서비스 스프링거 링크 최신호에 실린 조사 보고서에서 로마시대 상선에 잠들었던 수많은 암포라를 소개했다.
암포라는 지중해 서부 마요르카 섬 앞바다에 가라앉은 로마 화물선에서 발굴됐다. 암포라는 선사시대 인류가 개발한 것으로 여겨지며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 등 다양한 대륙에 걸쳐 널리 사용됐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인들은 주로 기름이나 포도주를 담았다.
조사 관계자는 “상선에서 암포라 대부분은 전형적인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며 “암포라는 시대나 인종에 따라 조금씩 모양이 다르지만 대개 몸통이 통통하고 그 양쪽 또는 목에 동그란 손잡이가 달린 구조”라고 설명했다.
세스 폰타넬스(Ses Fontanelles)의 난파선으로 불리는 로마시대 상선은 마요르카 섬 중심지 파르마 근처 해변에서 65m 떨어진 곳에 가라앉아 있다. 이 배에 암포라가 많다는 사실은 전부터 알려졌는데, 최근 탐사에서 색다른 형태의 고대 암포라 하나가 발견돼 관심이 쏠렸다.
조사 관계자는 “탐사에 참여한 고고학자들은 전형적인 디자인을 따르지 않은 데다 상당히 커다란 암포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며 “세로 60㎝가 넘는 이 유물은 일반 암포라와 반대로 아래로 갈수록 뚱뚱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배에서 발견된 암포라의 형태는 총 4가지로, 지금까지 보고된 암포라 유형들과 모두 일치한다”며 “단 한 개의 암포라 만이 새로운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탐사에서 암포라 겉면의 기록을 토대로 내용물을 특정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암포라들은 안초비 소스나 과일, 포도주, 액젓을 담았다. 암포라가 운송 중 깨지지 않도록 포도나무 잎을 완충재로 쓴 사실도 밝혀졌다. 일부 암포라에는 소유주의 이름도 새겨졌다.
조사 관계자는 “고대 로마인들은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암포라의 겉면에 내용물을 새겨 구분했다”며 “암포라 소유자의 이름도 일부 각인했다는 점은 당시에 이미 라벨링 기술이 사용됐음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 발견된 암포라는 목이 좁고 식물성 기름을 운반하기 위해 제작됐다”며 “다른 암포라에 비해 크고 무거운 점으로 미뤄 군대 등 사람들이 많은 시설에서 사용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