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밝혀진 중국 영화 ‘시광기(時光機, 타임머신)’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만 출신 주연 배우 첸리농(천리농, 21)이 자진 하차한 데 이어 감독까지 사퇴하면서 영화 제작이 무기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관찰자망에 따르면 첸리농이 주연 자리를 내놓은 영화 ‘시광기’의 연출자 차이이펜(채이분) 감독이 돌연 퇴진 의사를 밝혔다.
채이분 감독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개인적인 이유로 영화 연출이 어렵게 됐다”며 “‘시광기’를 보다 훌륭한 연출자가 잘 만들어줄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감독은 개인적 사유를 사퇴 이유로 들었지만 중국 영화 관계자들은 그가 사실상 퇴출됐다고 입을 모았다. 채 감독은 ‘시광기’ 연출자로 발탁된 이후 줄곧 중국 영화팬들로부터 하차 압박을 받아왔다. 과거부터 대만 독립을 지지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광기’가 대만 문화부로부터 제작금을 지원받은 사실이 지난주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천리농의 소속사는 25일 주연 배우 자리를 내놓는다고 공식 입장문을 내놨다. 천리농은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시광기'에 출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천리농의 입장 발표에 대만 영화팬들은 분노했다. 천리농은 2017년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 ‘우상연습생(偶像練習生)’에 출연, 최종 2위를 차지했고 보이그룹 나인 퍼센트(NINE PERCENT) 멤버로 활동하며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중화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티스트 중 하나인 그는 공공연하게 친중국 성향을 드러내 왔다.
중국 동명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광기’는 25일 크랭크인을 예정했다가 대만 관련 문제가 불거지며 제작이 전면 중단됐다. 채이분 감독까지 자진 하차하면서 영화 제작 여부는 현재 불투명한 상태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