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알려진 바가 없는 이집트 여왕의 피라미드와 수백 구의 미라가 한꺼번에 발견됐다. 고고학계는 투탕카멘 무덤 발굴 100주년인 올해 뜻깊은 성과가 나왔다고 주목했다.

이집트 고고학회는 16일 공식 채널을 통해 고대 이집트의 대규모 매장지 사카라에서 기록에는 없는 여왕의 피라미드가 특정됐다고 발표했다.

조사를 이끈 고고학자 자히 하와스 박사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 여왕을 위해 세워진 이 피라미드에서는 300개 넘는 관과 미라, 부장품, 비밀 터널 등이 확인됐다.

이집트 카이로 남쪽으로 약 32㎞ 떨어진 사카라는 최근 들어 엄청난 수의 무덤이 발견되고 있다. 다만 300개 넘는 관과 미라가 한 번에 쏟아져 나온 경우는 전례가 드물다.

사카라 발굴 현장에서 300개 넘는 관과 미라를 발견한 자히 하와스 박사 <사진=자히 하와스 박사 인스타그램>

학자들은 이 미라들이 투탕카멘(기원전 1332~1323년) 측근들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파라오의 최측근들은 죽은 뒤 영향력이 막강한 지도자 옆에 묻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화려한 황금 마스크로 잘 알려진 투탕카멘은 이집트 신왕국 18왕조의 13대 파라오다.

주목할 점은 발굴된 무덤과 미라들이 신왕국 시대(기원전 1550~1077년)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카라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무덤 대부분은 고왕국 시대(기원전 2686년~2181년) 것이었다. 현재 깊이 9~18m 부근에서 발견된 지하 통로 22개 역시 양식 분석 결과 모두 신왕국 시대 것으로 나타났다.

자히 하와스 박사는 “지하 통로 끝에 석회석으로 만든 고대 이집트 신왕국 시대의 거대하고 화려한 관 약 300개가 놓여 있었다”며 “신왕국 시대 이후의 매장은 지금까지 이곳에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발견은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각 관에는 매장된 인물의 이름과 얼굴, 성별이 그려져 있었다. 모든 관은 이집트 신왕조 시대 이후 미라와 함께 묻은 지하 세계의 안내서 ‘사자의 서’가 묘사한 장면으로 장식됐다. 망자의 장기를 지키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집트 신 호루스의 네 아들도 새겨졌다.

이집트 여신 네이트와 이름이 같은 여왕을 위해 건립된 것으로 파악된 피라미드. 이집트 유적지 사카라에서 발견됐다. <사진=자히 하와스 박사 인스타그램>

이와 관련, 자히 하와스 박사는 “관 뚜껑을 열어본 결과 미라들의 상태가 정말 좋았다”며 “이는 이집트 신왕조 시대의 미라 기술이 절정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일부 관은 뚜껑이 두 개로 된 것도 있었다. 관 내부에서는 금을 부어 만든 마스크를 쓴 여성 미라도 발견됐다. 무덤은 고대 보드게임 세넷(senet)과 고인을 지키는 작은 입상 샤브티(shabtis), 이집트 신화의 창조신 프타(Ptah)와 망자의 신 소카르(Sokar)의 조각상, 금속으로 만든 도끼 등 부장품이 가득했다.

자히 하와스 박사는 “가장 특별한 점은 여왕을 기리는 피라미드가 새로 발견됐다는 것”이라며 “이집트 여신 ‘네이트(Neith)’와 이름이 같은 이 여왕은 고대 이집트 문헌에는 등장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이번에 발굴된 유물들을 내년 기자에 문을 열 대이집트박물관(Grand Egyptian Museum, GEM)을 통해 전시할 계획이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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