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 낮은 동물로 알려진 물고기도 상황에 따라 놀라운 자제력을 발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놀래기의 일종인 ‘청줄청소놀래기(Labroides dimidiatus)’는 지능이 뛰어난 일부 포유류와 견줄 참을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뇌샤텔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청줄청소놀래기가 놀라운 침착성을 가진 동물로, 그 자제력이 침팬지와 맞먹는다고 결론 내렸다.

농어목에 속하며 최대 12㎝까지 자라는 청줄청소놀래기는 다른 물고기 표면에 들러붙은 기생충이나 찌꺼기를 먹이로 삼는다. 때문에 이름에도 ‘청소부(cleaner)’가 붙었다.

바다의 청소부로 불리는 청줄청소놀래기 <사진=Jon Slayer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Blue-streak Cleaner Wrasse' 캡처>

연구팀은 1960~1970년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가 유아들의 참을성을 테스트했던 일명 ‘마시멜로 실험’을 동물에 맞게 재구성했다. 청줄청소놀래기가 주로 섭취하는 먹이를 보상으로 제시한 뒤 이를 바로 먹지 않고 버티면 최대 8배의 먹이를 주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청줄청소놀래미는 눈앞에 놓인 먹이를 먹지 않고 최장 8분을 견뎌냈다.

실험 관계자는 “청줄청소놀래기가 보여준 자제심은 상어보다 뛰어나며 침팬지나 개에 버금간다”며 “이는 머리가 나쁘다고 알려진 작은 물고기들이 사실은 놀라운 지능을 가졌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눈앞에 놓인 먹이를 바로 먹어치우려 한다. 만약 일정 조건, 일테면 기다릴 경우 보다 큰 보상이 주어질 경우 참고 견디는 동물은 의외로 많지 않다. 지금까지 알려진 자제력이 뛰어난 동물은 원숭이나 개, 고양이, 쥐 등 포유류와 까마귀, 앵무새, 비둘기 등 일부 조류다. 해양생물 중에서는 갑오징어나 문어 등 두족류가 뛰어난 인내심을 가졌다. 이들은 모두 지능이 뛰어난 동물들이다.

자신보다 큰 물고기 몸의 기생충과 노폐물을 먹는 청줄청소놀래기 <사진=Science Channel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When Your Dentist Is a Fish' 캡처>

연구팀은 청줄청소놀래기가 더 큰 보상을 기다린 주된 이유가 평소 먹이활동과 연관됐다고 추측했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먹이의 질이 아니라 양이라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실험 관계자는 “질 좋은 먹이를 보상으로 제시할 경우 참는 시간이 고작 7초였다”며 “다른 물고기 몸에 붙은 기생충을 한 번에 먹기보다 기다려 그 개체를 불리는 습성이 청줄청소놀래미의 참을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줄청소놀래기의 지능이 의외로 높다는 사실은 다른 실험을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2019년 수조에 작은 거울을 넣고 관찰한 결과 시간이 갈수록 청줄청소놀래기들이 거울에 맺힌 상을 자신이라고 인식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편 뇌샤텔대학교 연구팀이 이번에 응용한 ‘마시멜로 실험’은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주고 정해진 시간을 기다릴 경우 그 2배를 보상하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 참을성이 뛰어난 아이가 나중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후 연관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결국 보강된 실험에서는 아이들의 인내력이 부모의 경제력이나 생활환경에 더욱 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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