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온의 상승에 따라 상어들이 산호초 지대를 떠나면서 해양 생태계 균형이 붕괴될 수 있다는 암울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영국 수생생물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9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장기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이 조사한 어종은 태평양 및 인도양에 서식하는 산호상어(grey reef shark)다. 몸길이 약 1.5m에서 2m까지 자라며 낮의 대부분은 천적의 눈을 피해 산호초 지대에서 보낸다.

산호상어 류는 낮에 산호초 사이에 은신했다 밤이 되면 작은 생선 및 두족류를 사냥한다. <사진=pixabay>

조사에 참여한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마이클 윌리엄슨 연구원은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온이 계속 상승하면서 수많은 산호상어가 은신처를 떠나는 상황"이라며 "이들은 천적을 피하기 위해 수심이 깊은 해역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이트팁리프샤크 등 산호상어 종류들은 몸집이 더 큰 상어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산호초를 은거지로 삼고 밤이 되면 사냥에 나선다"며 "이들의 똥은 산호초에 머무는 다양한 생물에게 아주 귀중한 영양 공급원"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인도양 중부 차고스 제도 부근 해역에 사는 120마리 넘는 산호상어에 초소형 태그를 부착해 조사를 실시했다. 상어들이 이동하면서 찍힌 데이터 포인트 약 70만 개에 위성 자료와 산호초의 해수면 온도, 바람, 해류 패턴 등 정보를 대입한 결과, 2015~2016년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엘니뇨를 기해 상어들이 산호초를 떠난 사실이 확인됐다.

산호초는 다양한 수생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자 지구의 이산화탄소량을 조절하고 천연 방파제 역할까지 해준다. <사진=pixabay>

마이클 연구원은 "상어는 변온동물로 체온이 수온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해수 온도가 너무 높아지자 생존을 위해 더 깊고 차가운 해역으로 피신한 것"이라며 "엘니뇨 현상이 진정된 후 깊은 해역으로 떠난 산호상어가 산호초로 돌아올 때까지 아무리 짧아도 16개월이 걸렸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산호상어가 남획 등의 원인으로 멸종 위기에 몰린 만큼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열대 산호초가 최근 해수온 상승과 남획, 수질오염에 심각한 피해를 받는 점에서 수중 생태계를 지킬 종합 대책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마이클 연구원은 "지상도 그렇지만 수중 생태계는 구성원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잘 유지된다"며 "지속적인 해수온 상승에 산호상어들이 자취를 감추게 되면 광활한 산호초 지대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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