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발견된 턱뼈 화석이 데니소바인(Denisovan)의 것으로 확인됐다. 구석기 전기에서 중기에 걸쳐 아시아에 산 것으로 생각되는 데니소바인의 화석이 대만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일본 종합연구대학원대학(SOKENDAI) 인류학 연구팀은 10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약 10년 전 대만 해저에서 끌어올린 턱뼈 화석의 주인이 데니소바인이라고 전했다.
펑후(澎湖) 1호로 명명된 이 턱뼈는 그동안 정체가 불분명했다. SOKENDAI 연구팀은 뼈와 치아에 포함된 단백질을 끈질기게 분석한 결과 데니소바인의 것임을 밝혀냈다.

조사를 주도한 츠타야 타쿠미 교수는 “이 화석은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완전한 데니소바인의 턱뼈”라며 “데니소바인이 동아시아의 광활한 지대를 누볐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2008년 알타이산맥 데니소바동굴에서 처음 화석이 나온 이래 주목을 받아온 데니소바인은 아시아 북부뿐만 아니라 티베트고원과 라오스 등에서 화석이 나왔지만 그 수가 너무 적었다. 게다가 샘플이라고는 작은 뼛조각이나 이빨이 전부여서 데니소바인의 실상은 수수께끼였다.
데니소바인은 수십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갈라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그들이 언제쯤 아시아에 건너와 멸종했는지 자세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

츠타야 교수는 “펑후제도 해저에서 나온 대만 최초의 데니소바인 남성 턱뼈 화석은 DNA 분해가 상당히 진행돼 조사가 어려웠다”며 “일본 도쿄대학교,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학자들과 DNA가 아닌 고대 단백질 해석(paleoproteomics) 기법을 사용해 겨우 정체를 알아냈다”고 돌아봤다.
교수는 “이 기술은 화석에 남겨진 단백질을 질량분석법 등으로 조사해 그 특징으로부터 종이나 성별을 특정한다”며 “추출된 약 4200개의 아미노산 배열 중 2개가 고유한 데니소바인의 것으로 판명됐고 남성만이 가진 단백질도 검출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대만 최초의 데니소바인 뼈가 인류학 및 고고학, 역사학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는 입장이다. 일단 이 미스터리한 인류의 턱이나 치아 등 두개골 특징을 많이 알 수 있게 됐고, 특히 이들이 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었을 가능성이 부각됐다.

츠타야 교수는 “데니소바동굴에서는 약 4000㎞, 티베트고원 바이시야동굴에서는 약 2000㎞ 떨어진 대만 펑후제도에도 데니소바인이 살았을 가능성이 커졌다. 즉 이들의 분포 범위가 비로소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은 네안데르탈인, 심지어 데니소바인과 어울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옛 인류의 흔적을 그 몸에 남긴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이번 발견은 데니소바인이 어떻게 살았고 어쩌다 자취를 감췄는지 밝혀낼 열쇠가 될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