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공화국의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향수에도 조예가 깊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예술은 물론 문학, 공학, 수학, 천문학, 의학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불세출의 천재로 유명하다.

다 빈치가 생애 마지막 기거한 프랑스 클로뤼세 성에서는 이달 15일까지 르네상스 향수 전시회가 열렸다. 다 빈치가 뛰어난 조향사였다는 가설에서 출발한 이 전시에서는 르네상스 시대 향수의 용례와 당시 문화·사회적 위치를 보여주는 물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폴란드 크라쿠프 국립미술관은 다 빈치의 그림 '흰 족제비를 안은 여인(Dama con l'ermellino)' 등 여러 작품에 사용된 물감과 관련된 특별전을 마련했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이 여러 향에 심취했다는 점을 부각한 이번 전시는 다 빈치의 의외의 면모를 보여줬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향기에도 정통했다는 주장이 최근 계속된다. <사진=pixabay>

다 빈치가 르네상스 시기를 대표하는 천재라는 점은 누구나 알지만 향기에 정통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학자들은 다 빈치가 활동하던 시기 향수가 아주 중요한 용품이었다는 점에서 그 역시 많은 관심을 보였을 것으로 추측했다.

르네상스 시대 향수는 사람들의 생활과 깊이 연관됐다. 불쾌한 체취를 덮기 위해 사람들은 옷이나 액세서리에 향수를 뿌렸다. 향수의 어원은 라틴어 'per fumum(연기를 통해)'인데, 이는 향을 태워 연기를 신에 바치는 풍습에서 비롯됐다. 신에 예배를 드리는 교회, 사람 목숨이 오가는 병원 등에서도 향수가 사용됐다.

크라쿠프 국립미술관 관계자는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은 재스민과 라벤더, 장미 등 오늘날 친숙한 향부터 지금은 인기 없는 온갖 향수를 개발했다"며 "고가의 수액이나 수지로 만든 초고급 제품도 만들었다. 유향이나 몰약은 특히 인기였다"고 전했다.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에게 향수는 아주 중요한 용품이었다. <사진=pixabay>

이어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다 빈치의 조향사로서 활동은 아주 자연스러웠다고 생각된다"며 "다 빈치는 동물과 식물 등 모든 생명에 매료돼 이를 그리거나 채색할 뿐만 아니라 상세하게 연구했다. 향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학자들은 다 빈치가 향수를 추출하는 고유한 장치까지 가지고 있었고, 화학적 지식도 갖췄다는 입장이다. 원래 호기심이 강해 실험을 좋아한 그가 독자적인 향기를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야기다. 

크라쿠프 국립미술관 관계자는 "중국과 아랍, 비잔틴에서는 10세기 이후 수증기에서 장미 향을 추출하는 증류법으로 향수를 만들었다"며 "알코올을 이용한 향수 제작 지식은 물론, 당시 매우 근대적이던 동물성 유지를 이용해 꽃에서 향료를 추출하는 냉침법(enfleurage)까지 다 빈치가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방면에 뛰어났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남긴 회화 대표작 모나리자 <사진=pixabay>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이 자기만의 향을 조합하는 데 심취한 점도 다 빈치가 타고난 조향사라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당시 화가들은 물감과 니스 등 그림 재료를 약국에서 구입했다. 당시 약국은 향수 재료도 방대하게 갖춰 화가들에게 아주 익숙했다. 

다 빈치와 향수의 연관성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크라쿠프 국립미술관 관계자는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은 인간이 지식을 얻는 주된 감각은 시각이나 청각뿐이라고 오해했다"며 "후각은 원시적이고 동물적이며 지적이지 않다고 치부됐다. 이런 경향은 놀랍게도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